1. 오늘의 시

물거품으로 흐르는 시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8. 07:10

물거품으로 흐르는 시

                     姜   大   實

더위 먹은 여름 조울고 있는
모과나무 밑 앉아
박두진 시인의 시집 읽습니다
하늘이 따라 읽다 말고
헤살 부리기 시작합니다
푸른 잎에 뛰어내려
애기 모과 얼굴 쓰담다가
책장에 스러집니다
님의 시는 일렁이는 붉엉물로 끝나고
흠씬 젖은 책이 덮입니다
섬광 같이 번쩍이는 시어들이
춤추며 달려듭니다 
어설픈 구절 구절이 
한 둘금 소낙비에 핥키고 
물거품은 무명 시인의 시를 싣고
둥둥 배수구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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