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집 없는 달팽이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8. 07:16

집 없는 달팽이

                    姜   大   實

다음 역이냐 
종점까지 버텨 볼 것이냐
이슥토록 번뇌와 씨름하다
산새 울음소리에 여윈잠 깨이어
호반 산보길 나선다
아내의 침묵 속 수심 훔쳐보다
스멀스멀 자갈길 무질러 가는
집 없는 달팽이 만난다
쪼그리고 이런저런 말 걸자
어느 결에 욕망의 촉수 접더니 
도르르 몸 사리고 죽은 시늉한다 
물가장에 조심 옮겨 주고 
수심 깊은 곳으로 눈길 돌리자
파리한 그림자 하나 어른거린다
초초한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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