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일기/월정 강대실
희미한 지등이라도 하나 밝히자고
한 生 뒤뚱뒤뚱 고빗길 넘어온 탓이리
머리맡에 늘어만 가는 약봉지에
점점 멀리 못할 병원길
담당의, 눈길 안 닿는 음지 어딘가에
사악한 음모가 숨어든지 모른다며
샅샅이 뒤져 보자 권한다
행주보다 더 척척한 뉘우침,
속을 비우고 청강수로 씻어 낸 뒤
침대에 몸이 누이고 주삿바늘 꽂히고…
얼마나 깊은 미혹에 빠졌을까!
몽롱세계 흔들어 깨워 곁부축한다
긴 의자에 버려진 우유갑처럼 쓰러져 누워
연신 만상이 바로 서고 또렷해지자
대장에 몹쓸 싹 하나 뽑아냈다며
탈 있거든 바로 와 입원하란다
내 언어에 병실잠은 없다 되뇌며
오후의 나른한 병원 문 밀치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