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날/ 월정 강대실
숨 고르고 싶은데 날아든 안내장,
외할머니 집 가듯 친정집 가듯
방맹이질 치는 가슴 산행 날 손꼽는다
무게가 될 것은 눈곱까지 내려놓고
차에 오르면, 세월에 헐거워졌지만
태산이라도 오를 수 있다는 듯
한 차 가득한 주체 못할 욕망들
도란도란 휴식 같은 풍광 내다보며
흥타령에 궁댕이 몇 번 틀어 앉으면 산문
불끈 솟아오르는 한창때의 기운
송골송골 땀방울이 밟아 오른 산정
멀리 바라보이는 아름다움에 취해
꿀맛 같은 도시락 잔치 벌이고 나면
불꽃 진 생의 아쉬움 눈 녹듯 사라지고
어느새, 서산을 물들이는 금빛 낙조
바람의 나래 잡고 가뿐히 내려와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권하는 하산주
가슴속 시궁창에 떠오르는 보름달
생기 돋은 산객들 귀로가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