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서은문학 제3호(애기똥풀/개 짖는 밤)

월정月靜 강대실 2017. 12. 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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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문예지

         서은문학 

        2017 년 제3호 (2017년 12월  6일 발행)

        시 87, 88쪽 



애기똥풀

 

엎드리면 손 닿을 만한 데서

잔잔한 미소 날리고 있다가도

얼씬만 해도 생채기가 나

갓난애 똥 누듯 노오란 핏방울 매달고

솔솔 비릿한 구린내 풍기는

 

눈 마주치면 길가의 개똥처럼

못 본 체 하거나 침 뱉었지만

오늘 아침에는 여름의 푸르른 창가에

어머니 빙긋이 반기는 모습인지라

 

불현듯 생각나는 것은

우리 어머니 삭신이 쑤시고 저리면

갖은 초근목피들이랑 다려 드시고

거뜬히 온 밭 닦달하셨으니 약체에

 

가시고 삼십 년이 가까운 지금에사

참 고맙고, 구린내도 향기로 풍겨 와

이름 번쩍 떠오르는 애기똥풀

진작, 왜 내가 아는 체 안 했을까?

    

 

개 짖는 밤

 

외딴집 꺼멍이 산촌을 독식한다.

 

여흘여흘 흐르는 개울물 소리

바람에 쫓기는 낙엽의 발걸음 소리

이장댁 암소 산고의 울음소리

재를 넘는 짐차 가뿐 숨소리를

물어뜯는다.

 

길 건너 두서넛 흔들리는 불빛

둘러서서 앙탈 부리는 산

죄지은 것같이 대꾸 없는 하늘

내 어질머리 나게 끈적이는 그리움을

그예 통차지한다.

 

밤이 이슥토록 컹컹 짖어 대며

세상을 하얗게 먹어 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