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동산문학 제23호(가을 명상/ 내 안의 아버지)

월정月靜 강대실 2017. 9. 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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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문예지

         계간 동산문학

        2017 가을호. 통권 제23호 (2017년 9월 1일 발행)

        시 42, 43쪽 


가을 명상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는

말바우시장 은행나무 거리 지나

부지런히 북으로 북으로 시공을 달려

고즈넉한 산마을에 든다

산산이 날려버린 여름날 뒤안길

침묵으로 돌아보고 서 있는

서덜가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나도 이제 조락의 강 건너야 할 시간

바람의 심장 적중하기 위해

얼마나 많고 많은 날들을

가슴 숯댕이처럼 새까맣게 태우며

허위허위 시위를 당겨 왔던가

한 마름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산방 적막 속 밀쳐놓고

찬연한 내일의 밑그림

이슥토록 밤 캔버스에 그린다.

 

 

 

내 안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

열 자식 중 다섯째로 날 보셨다

 

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

문밖에서는 길라잡이로

회중 가운데 당신을 불러 세우며

 

삼킬 듯한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

황망히 내게로 오셨다

 

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

 

원체 자식이 전부라서

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

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