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14

별난 상념

별난 상념 / 월정 강 대 실  땅 속 중생들 밥이 되겠다고 시간에 야금야금 무너지는 나무토막 하산길 질질 끌어와서일까경칩을 망각한 개구리 한 마리 번뜩이는 삽날이 겁나 얼떨떨해하는데 다짜고짜 등 떠밀어내서일까봄의 꽃길에 미세먼지 자욱한 것은삼동을 함께하자 불러들여 갓 고갯마루 넘은 분화들 파르르 내쫓아 덜덜 떨게 해서일지 몰라복 들어오라 서둘러 열어 둔 사립 줄줄이 쪽박 차고 드는 길고양이들물렀거라 내쫓아서일지 몰라.

오늘의 시 2024.06.14

내 앞 상서

내 앞 상서 / 월정 강대실      아버지, 휜 허리 곧추세우며   발 받쳐 주셔 가까스로 면무식했지요.   서릿발 일갈에 쫓겨 들어선 길   때론, 원망의 뉘 눈 떴으나   삼십여 년 붙박이별 마음 붙안고   변리 장수로 처자들 근근이 구입하다   망망대해에 닻 내렸습니다 덥석   이제, 내 안 번듯한 길보다는   부나방 날개 앞 호롱불 마음 다잡으며   풀 나고 돌멩이 궁굴고 순수가   꽃물처럼 찬란한 샛길로 에돌랍니다   소도 개도 닭도 만나서 유정하고   日月을 거머쥔 갑부로, 혼자 푸른   향리의 당산나무같이 살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하나 꼭 써   착하게 살아도 눈먼 복록에 설운 이들   가슴굽 한기 녹여 주는   질화로 속 잿불이라도 되게 할랍니다.

오늘의 시 2024.06.14

보리밥 잔치

보리밥 잔치/ 월정 강대실  콩밭에서 갓 뽑은 열무 벼락절이풋고추 된장 그릇 챙겨 창가에서아내와 늦은 점심 먹는다 보리밥 꾹꾹 물에 말아 한 술 뜨다가앞산 자락 낙락한 외솔그 밑 왕대랑 오라 하고 김치 한 가닥 집어 들다가산마루 말똥말똥 쳐다보는 하늘허기져 아우성치는 멧비둘기도 부르고 풋고추에 생된장 쿠-욱 찍어 넣다가킹킹 칭얼거리는 바람울 너머로 머리 내민 수숫대도 손짓한다 차린 건 없지만 산동네 이웃이랑오순도순 두리기상에 모여 앉아보리밥 잔치 벌인다. (4-5.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