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6

가벼운 삶

가벼운 삶/ 월정 강대실      종심강 새털구름같이 한가하다 보니주머니가 흥부 살림처럼 가벼워지네미안쩍고도 그저 감사한 것은큰 딸 연금이가 매달 꼬박꼬박통장에 감쪽같이 들여놓는 효도적금 뒷산처럼 짱짱히 내 삶 받쳐주네퇴계 선생 만나면 한나절이세종대왕 모시면 하루해가 무릉도원이네.속에 빈 창고 큼직이 하나 짓고 보니마음이 경주 최부자집처럼 넉넉해지네비로서, 심곡 진창에 달 떠올라춤추는 꽃향기 선연하게 보이네쫓긴 일 없어 신발 거꾸로 안 신고허튼 욕심 안 부려 허방에 빠지지 않네장마당 나서면 눈에 든 건 다 내 것동구 밖 거닐면 앞뒤들이 안마당이네.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6.13

폭우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나를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잃은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3-21.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6.13

기다림을 위하여

기다림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生의 길 외롭고 고달파, 밤새껏꺽꺽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있나요우리네 사는 일은 늘 애처롭고한 곡조 아니리보다 서글픈 것그대와 나 가슴 저미는 헤어짐도내 북 치듯한 채근만은 아니었지요이 넓은 세상에 화려하고 참된 것입에 달고 몸에 좋은 약 흔치 않듯삶은 굴곡지고 지난한 도전 뒤에그 자양으로 파릇한 환희의 싹 돋고태산을 넘고 물이라도 건너, 다시시작 않고는 이룰 수 없단 믿음였지요가을이면 놀빛에 익어가는 감처럼이내 가슴 세월 강에 벌겋게 젖지만제아무리 기다림의 계절이 깊어도결코, 이 회오리 이겨 내야만 합니다.

오늘의 시 2024.06.13

엮임에 대하여

엮임에 대하여 /  월정 강대실          법성포에서 천혜의 풍광에 몸값이 금이 되는  줄줄이 엮인 굴비두름 본다, 어디엮이는 게 굴비뿐이랴?부모 자식 부부로, 친구 동료 이웃……으로우리는 겹겹이 엮이어 산다.그러나, 요즘 TV에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살이 부지불식不知不識 간 넓어진 보폭만큼이나오랏줄에 굴비처럼 엮이어 닭장차 오르는 추태 수없이 본다. 칼자루 쥔 의자 올라앉을수록한밑천 단단히 잡을 호기라도 만난 듯돈독에 한없이 얼이 나가팔고리 동아줄에 꽁꽁 엮이어    권위와 인품에 먹칠 하고인생 종지부 찍는다.  종당에는 빈손으로 칠성판에 엮이어 무덤으로 가는데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