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7 19

고향집

고향집 / 월정 강대실     굴뚝새 포로롱 달아난어스레한 헛청 여기저기어지러운 거미줄 살풍경하다.등태 흘린 빈 지게토담 벽 기대어 서서등에 업고 나설 주인 기다리고날근날근한 덕석 몇 닢삭은 나무토막 베고 포개 누워잠이 곤하다땀에 벌겋게 절은 괭이 쇠스랑날이 금 간 삽 구석에서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허리 구부러진 호미  불쑥 튀어나와 응석을 부리며발목 거머잡는다. (2-25.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오늘의 시 2024.06.17

생가를 찾다

생가를 찾다/월정 강대실  강담에 기대인 철문 밀치자꽃초롱 밝혀 든 참깨두엄자리에 나와 멀끔히 쳐다본다주인 영감님 낮잠 자다 손짓하는때 절은 마루턱에 엉거주춤 앉으면발길 뜸한 마당 여기저기에서돌부리 입을 삐쭉삐쭉 수군댄다주춧돌에 붙들린 기둥뿌리 삭고바람은 사방 간데 들쑤시고 다닌다소복소복 꿈을 키우던 윗방엔빛바랜 책상이 맥없이 앉아 있다눈감고도 훤한 뒤꼍에 돌아가자반질반질한 장독 온데간데없고아픈 것들만 몇 쌜쭉 토라져 있다웃자란 옥수숫대 헉헉거리며골방 부엌간 허물어진 슬레이트 떠받고서까래에 얹힌 흰 구름 무심하다울안으로 기다란 팔 내밀고홍시 떨구던 감나무 베어져 없고자두나무랑 까치발 딛던 죽나무우뚝이 갈맷빛 뽐낸다. (2-21.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오늘의 시 2024.06.17

두멧골의 밤

두멧골의 밤/  월정 강대실                                              찔레 덤불 저편에 해 떨어지자귀목나무 잎 사이 달이 솟는다사자봉 바위 뒤로 구름 외돌자산등성이 높은 봉두 별이 외롭다길 건너 애솔밭 밤은 깊은데앞개울 무어라 종알대는데오늘은 고추밭 머리 소쩍새 노래로까투리 푸드등 날면 또 어디로 가려나. (4-59.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6.17

어느 봄날

어느 봄날/ 월정 강대실              자식들 제 식솔이랑 멀리 떨어져 살고  아내는 오랜 친구들 모임에 나가   긴긴날 덩그러니 혼자 있는데   어찌 적적하지 않으리오     봄샘바람에 몸을 뒤척이던 감나무   어느새 피운 손자 손바닥만 한 이파리   진종일 뜨락에 살랑이는데   어찌 그리움 모르리오     길 잘못 알고 온 나나니벌 한 마리   온 방 누비며 벽창을 치받더니   그만 진이 빠져 허공을 기는데   어찌 안쓰럽지 않으리오     해 떨어지자 땅거미 스멀스멀 밀려들고   앞집 용마루 환한 살구꽃 위로   개밥바라기 처량히 반짝이는데  어찌 서러움 모르리오.

오늘의 시 2024.06.17

물내 나는 여자

물내 나는 여자/월정 강대실  툭툭 털고 한번쯤은 나그네 되자던휘영청 달 밝은 어느 밤의 약속 미뤄질수록점점 마음보다 더 긴 하루하루오늘도 첫새벽부터 종종걸음 치다옆에 앉더니 스르르 잠에 빠진짠한 눈빛으로 얼굴 한 겹 덮어 주다망연히 창밖 먼 산 바라보면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사람들 잔영 위로연화처럼 봉긋이 피어오르는천둥이 치면 버썩 겁이 나 문 걸어 잠그고그저 꽃무늬 몸뻬 바지가 좋아 즐겨 입고가난한 내 시 읽어 주다가는어느덧, 눈에 핑 도는 눈물 애써 감추는영락없이 숙맥 같은 아내,내가 더 좋아하는 물내 나는 여자. (4-72.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6.17

선덕여왕의 말씀/善德女王의 말씀

善德女王의 말씀                     - 서정주   朕의 무덤은 푸른 嶺 위의 欲界 第二天.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 어쩔 수 없이구름 엉기고, 비 터잡는 데 ― 그런 하늘 속. 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너무들 인색치 말고있는 사람은 病弱者한테 柴糧도 더러 노느고홀어미 홀아비들도 더러 찾아 위로코,瞻星臺 위엔 瞻星臺 위엔 그중 실한 사내를 놔라. 살[肉體]의 일로써 살의 일로써 미친 사내에게는살 닿는 것 중 그중 빛나는 黃金 팔찌를 그 가슴 위에,그래도 그 어지러운 불이 다 스러지지 않거든다스리는 노래는 바다 넘어서 하늘 끝까지. 하지만 사랑이거든그것이 참말로 사랑이거든서라벌 千年의 知慧가 가꾼 國法보다도 國法의 불보다도늘 항상 더 타고 있거라. 朕의 무덤은 푸른 嶺 위의 欲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