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8 5

잡풀을 뽑으며

잡풀을 뽑으며/월정 강대실                                                                   햇볕 한껏 들지 않는 마당귀기세 시퍼런 꽃나무 사이에 잡풀 하나굵직한 줄기 훌쩍 하늘 바라보고꽃은 어느새 피었다 이울렸는지열매 몇 낱 노랗게 여물인다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하자지지직, 왜 나 이냐며 앙잘대는 소리손끝 숙지 않는 질긴 고집에, 끝내우짖으며 쏘옥 뽑혀 나오는 한 생캄캄한 땅 속에다 새길을 내며얼마나 발이 불키고 물집이 생겼으면이토록 튼실히 삶의 기반을 다졌을고흘렸을 짜디짠 땀방울 헤아리다오늘도 행여나 하고 요행을 기웃대는 내게하늘에서 돌멩이 날아들까 두려워얼른 의지간으로 든다.

오늘의 시 2024.06.08

서글픈 노송

서글픈 노송/월정 강대실                                                                             서둘다 해거름에사 뒷산에 오른다 허리 휜 노송이 길을 막아서며잠깐 내 말 한번 들어보란다  번갈아 계절이 찾아와 보듬어 주고 산짐승들 품이 아늑하다 자고 간대요 한데, 모진 인간이 다 있어요 물아래서 욕먹고 분풀이 왔는지, 아님 치받을 칼을 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애먼 우릴 돌로 찧고 툭툭 발길질하고이까짓 하며 무던히도 참았지만...그렇게 불한당 같은 사람들도 세끼 밥 먹고살아요, 문안에서는 여기저기 피멍 든 생채기 내보이더니 그만, 울컥 몸을 웅크리고 울먹인다.

오늘의 시 2024.06.08

노여운 바람

노여운 바람/월정 강대실 간만에 물통골 정상 추월산을 찾으니, 노송 하나 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싹이 터 꼼짝 않고 발붙여 산다 말 붙인다 곰바위 언제인가 생겨나고는 한 번도 구름 따라서 떠돈 적 없다 말 보탠다 바람이 달려들어 어디서 본 것 같다며 누구한테 뺨을 얻어맞았는지 눈에 모를 세우고 떼거리로 몰려와 걸신처럼 먹고 마시고 게걸게걸 떠들다 벼룩의 불알만 한 묘수라도 났는지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입찬소리 해 대다 마침내 술독에 빠져 즐빗이 꼬꾸라지더니 갈 때는 벌려 놓은 난장판, 나 몰라라 달랑 빈 배낭 하나 주워 매고 굶주린 곰에 쫓기듯 허둥지둥 도망친다고 줏대도 제 곬도 없는 코푸렁이들 백 번이라도 맞아도 싸다고 열이 받쳐 한없이 말 다발총 갈겨댄다 2024. 3. 22.

오늘의 시 2024.06.08

오십보백보이다

오십보백보이다/ 월정 강대실  틈이 보인다 싶으면네 활개로 덤벙대는 몰골눈에 든 가시처럼 껄끄럽지만마음 다잡으며 재갈 물고 버티다가도 마침내는 마구 뚫린 창구멍 되어밑도 끝도 없이 띄워 보내는 오만 소리에도가니 쇳물 끓듯 끓어오르는 화맞대고 사자후를 토하고 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후련하다 말고한량없이 낯이 부끄러워온종일 얼굴을 제대로 못 들고회한의 속앓이를 하는 나에게 ‘에-끼 이 사람, 오십보백보여!’어디선가 들려오는 가느다란 목소리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낯바닥.

오늘의 시 2024.06.08

숲에서 길을 알다

숲에서 길을 알다/ 월정 강대실                                              괜스레 내가 밉고 은근히 화가 치밀어홀연히 해동무 따라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한세상을 이룬한재골에 겸연쩍이 발을 들여놓자귓전에 희미한 음성 들린다지금껏 나를 상하게 하는 것은꿀 바른 말로 입 맞출 줄 몰라하나 둘 격이 져 먼전으로 돌고 내가 만든 무인도에 스스로 갇혀한 낱 외돌토리가 되었단다 나무가 곁을 주고 어깨를 나란히 겯고서로를 기도해 하늘길 열어가듯손잡으면 더 큰 힘이 된단다큰 바람에도 힘을 모아 버티고더 멀고 오래 갈 수 있다 이른다.

오늘의 시 20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