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10

함석헌 시 모음 9편

함석헌 시 모음 9편☆★☆★☆★☆★☆★☆★☆★☆★☆★☆★☆★☆★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천리 길나서는 날처자를 내맡기면놓고 갈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세상이 다 너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너뿐이야라고 믿어 주는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잊지 못할 이세상을놓고 떠나려 할 때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의 "예" 보다도"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사람을!☆★☆★☆★☆★☆★☆★☆★☆★☆★☆★☆★☆★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현만리 길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마음이 ..

박두진 시 모음 37편

박두진 시 모음 37편☆★☆★☆★☆★☆★☆★☆★☆★☆★☆★☆★☆★《1》가을 당신에게박두진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홀로 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2》갈대박두진갈대가 날리는 노래다.별과 별에 가 닿아라.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언어는 이슬 방울,사상은 계절풍,믿음은 업고(業苦)사랑은 피 흘림,영원 - 너에의손짓은하얀 꽃 갈대꽃..

천상병 시 모음 20편

천상병 시 모음 20편☆★☆★☆★☆★☆★☆★☆★☆★☆★☆★☆★☆★《1》귀천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 하리라☆★☆★☆★☆★☆★☆★☆★☆★☆★☆★☆★☆★《2》갈대천상병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불어오는 바람 속에서안타까움을 달래며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눈물에 젖어 있었다.☆★☆★☆★☆★☆★☆★☆★☆★☆★☆★☆★☆★《3》갈매기천상병그대로의 그리움이갈매기로 하여금구름이 되게 하였다.기꺼운 듯푸른 바다의 이름으로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보내어이제 파도도빛나는 ..

조지훈 시 모음 25편

조지훈 시 모음 25편☆★☆★☆★☆★☆★☆★☆★☆★☆★☆★☆★☆★가야금(伽倻琴)조지훈1. 휘영청 달 밝은 제 창 열고 홀로 앉다품에 가득 국화 향기 외로움이 병이어라푸른 담배 연기 하늘에 바람 차고붉은 술그림자 두 뺨이 더워온다천지가 괴괴한데 찾아올 이 하나 없다宇宙가 茫茫해도 옛 생각은 새로워라달 아래 쓰러지니 깊은 밤은 바다런 듯蒼茫한 물결 소리 草屋이 떠나간다2. 조각배 노 젓듯이 가얏고를 앞에 놓고열두 줄 고른 다음 벽에 기대 말이 없다눈 스르르 감고 나니 흥이 먼저 앞서노라춤추는 열 손가락 제대로 맡길랏다구름끝 드높은 길 외기러기 울고 가네銀河 맑은 물에 뭇별이 잠기다니내 무슨 恨이 있어 興亡도 꿈속으로잊은 듯 되살아서 임 이름 부르는고3. 風流 가얏고에 이는 꿈이 가이 없다열두 줄 다 끊어도 ..

문병란 시 모음 33편

문병란 시 모음 33편☆★☆★☆★☆★☆★☆★☆★☆★☆★☆★☆★☆★《1》9월의 시문병란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2》가을의 여백에 앉아서문병란가을은 먼저4만 원짜리 횟감 두 접시와우리들의 단란한 술잔 속에 와서비린내도 향그러운 가을바다아침이슬 한 잔씩을 가득 채웠다.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모처럼 하늘이 높고 푸..

신경림 시 모음 41편

신경림 시 모음 41편☆★☆★☆★☆★☆★☆★☆★☆★☆★☆★☆★☆★《1》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가난하다고 해서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수없이 뇌어보지만집 뒤 감나무에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버려야 한다는 것을☆★☆★☆★☆★☆★☆★☆★☆★☆★☆★☆★☆★《2》가을비신경림..

나태주 시 모음 49편

나태주 시 모음 49편☆★☆★☆★☆★☆★☆★☆★☆★☆★☆★☆★☆★《1》3월나태주어차피 어차피3월은 오는구나오고야 마는구나2월을 이기고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돌아와 우리 앞에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새들은 우리더러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조르는구나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지껄이라 그러는구나아, 젊은 아이들은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새 가방을 들고새 배지를 달고우리 앞을 물결쳐스쳐가겠지그러나 3월에도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2》6월 기집애나태주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벌을 꼬이는데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춘수 시 모음 25편☆★☆★☆★☆★☆★☆★☆★☆★☆★☆★☆★☆★《1》가을 저녁의 시김춘수누가 죽어가나 보다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반만 뜬 채이 저녁누가 죽어가는가 보다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정녕코 오늘 저녁은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2》가을 저녁의 詩김춘수누가 죽어 가나 보다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반만 뜬 채이 저녁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영랑 시 모음 25편/그도세상그도세상김용호 2018.06.14 15:44:05조회 2,700 댓글 0 신고김영랑 시 모음 26편☆★☆★☆★☆★☆★☆★☆★☆★☆★☆★☆★☆★《1》四行詩김영랑1임 두시고 가는 길의 애끈한 마음이여한숨쉬면 꺼질 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이 밤은 캄캄한 어느 뉘 시골인가이슬같이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깨치나니2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을 본다.눈썹에 아롱지는 눈물을 본다풀 위엔 정기가 꿈같이 오르고가슴은 간곡히 입을 벌린다3좁은 길가에 무덤이 하나이슬에 젖이우며 밤을 새인다나는 사라져 저 별이 되오리뫼 아래 누워서 희미한 별을4저녁 때 저녁 때 외로운 마음붙잡지 못하여 걸어다님을누구라 불러 주신 바람이기로눈물을 눈물을 빼앗아 가오5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가을은 쓸쓸한만 뿐이구려희끗희..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수영 시 모음 15편☆★☆★☆★☆★☆★☆★☆★☆★☆★☆★풀김수영풀이 눕는다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 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푸른 하늘을김수영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해서비상(飛翔)하여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