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91

진대나무 붓다

진대나무※붓다 /월정 강대실                                지리산 화엄사 등반길, 일찍이발 잘 못 들이어 원껏 천기 누릴 수 없고긴 허리 꼿꼿이 못 펴고 살아대웅전 대들보로 쓰임 받지 못한  해와 달이 먼 일가같이 대해도그윽한 꽃향내 크고 작은 날벌레 분분히 찾고나무갓 큰 품 놀란 산짐승 걷어안았을 나이 이길 재주 없어 생을 거두고독야청청 허연 알몸이 절개 지켜 가다골바람에 그만 벌러덩 나자빠진 나락에 빠져도 아주 못되진 않다고찾아든 청설모 산지니 앉아 쉴 등 대주고산객들 땀 밴 옷 받아 뽀송뽀송히 말리는 일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 있다는 바람의 발톱에 긁힌 흐물흐물한 살은배고픈 중생 흰개미 땅강아지 지네들...옆구리 곪아 터진 음부는 진물 빠는 버섯들모름지기 공양할 제물이다는 마..

1. 오늘의 시 2024.08.24

아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다, //무료/양광모

詩는 일종의 언어유희라고 생각을 하는데 백석이나 이상의 詩처럼 도무지 얼릉 감을 잡지 못하는 시가 있는 반면에 그냥 읽으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시가 있답니다. 양광모 시인의 시가 후자에 속하는 것 같구요. 알듯 모를듯한 은유와 기교 수사를 버리고 그냥 일상적인 용어만 가져와서 아주 편하게 詩를 만들었네요. 공감대 와닿는 양광모의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아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다/양광모 아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아직은 가슴 뛰는 아침이 아직은 노래 부르고 싶은 밤이 아직은 사랑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완성하는 것 아직은 떠나야 할 여행이 아직은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아직..

아우야 꽃 구경 가자 //양광모

아우야 꽃 구경 가자 /양광모 아우야 꽃구경 가자 오늘 핀 꽃 내일이면 지리니 시름일랑 꽃 진 후로 미루어 두고 아우야 꽃구경 가자 아우야 꽃세상 가자 아우야 꽃따러 가자 바람 불면 저 꽃잎도 떨어져 눈물일랑 내일날로 미루어두고 아우야 꽃따러 가자 아우야 꽃세상 가자 아우야 꽃처럼 살자 인생 백 년 밝은 날이 몇이랴 흐린 날도 마음에 꽃 활짝 피우며 아우야 꽃처럼 살자 아우야 꽃세상 살자 [출처] 아우야 꽃구경 가자|작성자 오뚜기캔디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더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 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 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출처] 양광모 시 필사,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작성자 kino 시미

방황의 호사

방황의 호사/ 월정 강대실     시문詩文과 가까이하기로는사철 푸른 숨결의 댓잎 향 불어 잇는대나무골이 제일 좋을 성 싶어신문 쪽지 움켜쥐고 한달음에 찾아가몸 붙일 자리 잡았지요 생에 찌든 번뇌의 때 벗고자밭고랑에 박히어 몽근 황토 냄새에 취하고들개처럼 앞 뒷벌 이슬을 쓸고감춰 둔 길을 내주기도 하는 산 찾아 오르며누습한 생각의 부대 비워내지요 어떨 땐 하루가 물먹은 솜뭉치 같지만머잖아 마음의 진창에 더덩실 달 떠올라잘 익은 홍시 같이 달콤한 詩 한 편꼭, 빚어낼 것 같은 느낌에오늘도 방황의 호사 누리지요.  초2- 7362014. 5. 28.

1. 오늘의 시 2024.08.22

고향에 띄운 편지

고향에 띄운 편지/ 월정 강대실  울 밖 한쪽에 슬슬 뿌려 놓은 푸성귀시나브로 이리 저리 퍼져나가문 열면 온 들에 달래 냉이 참취…  라니! 볕받이 막에서 새끼 치던 짐승들알게 모르게 한 마리 두 마리 뛰쳐나가나서면 산속에 까투리 토끼 멧돼지… 라니! 친구, 참말로 재수가 불붙었네 그려바쁜데 일일이 가꾸고 돌보지 않아도 산열매에 칡뿌리 산삼 녹아든 물 마시고해와 달 별을 보고 우둥푸둥 살찐다니 여보게 친구, 꼭 부탁하네!올여름에는 죽마고우 탁족회 날 잡히면연락 주시게,  밥술깨나 먹네 이제는 내도 벼르던 모교에 가 보고 어우렁더우렁한 사나흘 고향 명소 못 본 데도 둘러보고오며 가며 나물 캐고 사냥도 한번 하세  먹거리 넉넉히 해서 계곡물에 들앉아친구네 잘 익은 가양주도 곁들이어권커니 잣거니, 단단히 한 ..

1. 오늘의 시 2024.08.22

앉은뱅이꽃

앉은뱅이꽃/ 월정 강대실  발길 뜸한 데다 제 발 스스로 묶고 고난과 역경 억척스레 버티며, 한생감사와 염불로 사는 앉은뱅이꽃 민들레. 새해 들머리 꽃샘바람 앙칼지게 대들어도 천지 만물 넘치는 새 소망 발원하며봄의 길목에 샛노란 꽃등 보시하는 남의 꽃자리 넘보는 일 없이날개는 접어 땅바닥에 납작 몸 낮추고   쇠심줄 같은 명줄 내리뻗는 민초 땅기운 공덕으로 받아 연신 피운 별꽃꽃대 받쳐 올려 기도하다이유 없는 밟힘도 업고로 믿고 합장하는 어느 결 여물인 호호백발 두상 위 씨알바람의 날개 기다려 홀홀 떨쳐 보내고일체 만물이 다 공임을 실천하는.   한생이 깨달음의 향기 농농한 법문보면 볼수록 영락없는 보살올봄도 광명 바라 묵언 수행 중이다.초2-830                  2023. 3. 29. ..

1. 오늘의 시 2024.08.22

양광모 시 55편 모음

양광모 시 모음 55편☆★☆★☆★☆★☆★☆★☆★☆★☆★☆★☆★☆★《1》가을 편지양광모9월과 11월 사이에당신이 있네시리도록 푸른 하늘을천진한 웃음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흰 구름 속에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단풍잎 속에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마른 낙엽 속에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불꽃 그림자 속에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사ㄹ랑 사ㄹ랑 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9월과 11월 사이에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신이시여,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나 10월에 살게 하소서☆★☆★☆★☆★☆★☆★☆★☆★☆★☆★☆★☆★《2》가장 아름다운 사람양광모세..

십팔공

소나무 십팔공十八公  / 월정 강대실  다붓한 언덕길 동자승같이 깜찍했던 너  바람에 옷고름 너푼대는 몇 해 전 늦가을 해거름넌지시 맞아들였지 스산한 마음의 뜨락에멈출 줄 모르는 시간 열차 올라타서는눈길 닿을 때마다 면모 몰라보게 수려한데다 불길 같은 열정 하늘 높은 줄 모르고세인들 깨무는 입술 새어 나오는 탄식까지도모래 속에서 찾은 금싸라기로 알고온전히 마음공부에만 정신을 쏟더군오늘은 고통을 삼키며 허욕의 긴 팔 잘라 내고 더벅머리며 겉치레 정갈히 다듬은 너십팔공十八公 별호를 준다먼 하늘 우렛소리에도 올곧게 뼈를 못 세우는비루한 이내 도반 되어 되알지게 두 손 붙잡고 길 중의 길 좇아 해맑은 거울로 서자꾸나. *십팔공十八公 : 소나무를 달리 이르는 말.                            ..

1. 오늘의 시 2024.08.19

하심

하심下心/월정 강대실  방울땀 까맣게 익어 가는 복분자 밭머리느티나무 푸르른 그늘 멍석에 누워바람도 흰 구름도 유정하자 손짓 보낸다그냥 스쳐지나가다, 막무가내길 가다 마음에 밟힐 성싶은 것 보면먼눈에라도 띌까 무섭게 얼른 들쳐 메야 한다곗술에 낯내는 내 비열을 나무라며칠갑의 강에 下心을 던지는 바람 한줄기내 일이 아니면 사돈의 팔촌을 보듯 한 생 더듬다  낯이 뜨거워 뒷등 바위 바라기한다이름 없는 골짜기 절로 피고 지는그늘골무꽃 그리움이나 부르련다어느덧 낯익은 이름과 얼굴 하얗게 지워지면달 넘어오는 노루목 등 굽은 노송 아래얼룩노루 사랑놀이 훔쳐 보이는나직한 흙집 지어 조용히 살리라. 초2-834

1. 오늘의 시 2024.08.19

못/ 월정 강대실  탕! 탕! 못 박았다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이들 가슴에 깨소금처럼 고소했다마음의 탕개를 풀어 눈에 뵈는 게 없고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할 때는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다세상을 막사는 개망나니짓,질매를 당한다 해도 버릇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다 녹슬고 못 쓴 지 오래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은 생 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그 많은 못대침 되어 내 야윈 앙가슴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초2-838                          2023. 9. 10.

1. 오늘의 시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