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들어/ 월정 강대실 괜스레 내가 밉고 삐쭉빼쭉 화가 돋아 마음을 어르며 비비한 세우 길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화엄을 이룬 극락세계 그 향기 자욱한 한재골 트레킹 코스 초입에 부끄러워 무거운 발길 벗어놓고 도반 나무랑 산이랑 꼼지락꼼지락 걷는다 이러히 나와 내 길이 불퉁불퉁한 것은 나를 보듬기에도 늘 부족한 가슴에다 입에 꿀을 바른 말을 경멸한 탓이리 하나 둘 주위랑 격을 두고 먼전으로 돌다 어느덧 무인도 첩첩한 가시울타리 속에 꼼짝도 할 수가 없게 갇힌 나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두레박질 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으로 끼인다 스스로 만든 그늘을 깨친 갈맷빛 욕망 야금야금 하늘길 열어 가는 나무들 나랫짓 어디 한 점 게으름도 서두름도 없다. 초2-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