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91

오십보백보다

오십보백보다/ 월정 강대실  틈이 보인다 싶으면물 본 기러기처럼 네 활개치는 몰골눈에 든 가시 같고 껄끄럽지만마음 다잡으며 재갈 물고 버티다 마침내는 마구 뚫린 창구멍 되어끝도 갓도 없이 띄워 보낸 오만 소리에도가니 쇳물같이 끓어오르는 밸을 삭히지 못해맞대고 사자후 토하고 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후련하다 말고한량없이 낯간지러워온종일 고개를 제대로 못 들고회한의 속앓이를 하는 나에게 ‘에-끼 이 ..., 오십보백보다!’천궁에서 아버지 귀를 찢는 날벼락 소리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낯바닥.초2-869

1. 오늘의 시 2024.08.16

잡풀을 뽑으며2

잡풀을 뽑으며2/월정 강대실                                                                    뜨락 햇볕 이따금 들러가는 마당귀기세 어울린 떨기나무 사이 낯선 얼굴 하나,몸피 또렷하고 훌쩍한 줄기에채 여물리지 못한 열매 몇 낱 여운 애틋한 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하자지지직..., 왜 나예요!들입다 내지르는 절규 한 마디손끝 억척에 자존의 고갱이 버리고그만, 쏘옥 나신이 드러내는 애초아무 눈에도 안 띄는 땅 속 첫길을 내며얼마나 많은 일월을 손발이 부르트고온이 땀바가지 되어 가뿐 숨 몰아쉬었으면이리도 야무지게 목줄 대고 있을까오늘도, 감나무 밑에 두고 온 삿갓 미사리가언뜻언뜻 떠오르는 어스름 강변어디서 돌멩이라도 하나 날아들 것 같아얼른 그림자를 감춘다...

1. 오늘의 시 2024.08.15

내림

내림/ 월정 강대실  안 맵고 달짝지근해, 갖다 심어 봐! 읍내 종묘 상회 주인 여자안 매운 고추모라 권해 곧이듣고 심었다. 보리밥 얼음물에 꾹꾹 말아 생된장 듬뿍 찍어 게걸스레 먹었던 기억풋고추 올찬 거로 뚝뚝 한 주먹 딴다 확 콧속을 꿰뚫는 알알한 냄새눈은 그깟 것 하고 손은 어비해잡았다 놓았다, 씨와 씨모를 곰곰 생각한다 자고로 씨도둑은 못 한다는데남 탓을 사서는 절대로 못쓴다며, 아버지 자식들 밥상머리 교육을 단단히 하셨지 걸음질에서 묻어나는 냄새가 비위 상해왼고개 젓는 사람 아직껏 못 보고자꾸, 짬을 내 같이하자는 이도 있는데 오늘도, 들꽃 한 송이가 눈을 맞추려 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먼산 바위를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럽다.초2-849

1. 오늘의 시 2024.08.14

짝사랑-시詩

짝사랑/ 월정 강 대 실-시詩                                     심쿵했지요, 숫되고 세상 물정 몰라우연히 그대의 숨결 처음으로 마주하고천진한 마음의 손목 살갑게 잡아 준 순간 갈수록 갈한 영혼, 만나면 또 보고 싶고못 잊을 감미로움 솔솔 뭉클해지는 가슴내 안 꽃밭에 짝사랑 멍울었지요 적막한 사위 손 흔들어 준 얼굴 달 떠오르면초병 지리한 삼년 입노래로 동행하며입영의 첫 다짐 지켜 내는 의지 돋웠지요 세파 헤쳐 끊임없이 바람 쫓던 긴 여름산맥 같은 바윗덩이 길을 막아서도그윽한 체취 황우 끈질긴 힘의 샘터였지요    애달픈 짝사랑의 냉가슴 아직 인가요꿈길에도 품고 살아온 나이테가 몇인데향 없어 인지 내 詩는 벌 나비 찾지 않고 속절없이, 쑥대머리 뒤뚱뒤뚱 넘는 저문 강변동문 위..

1. 오늘의 시 2024.08.13

이웃사촌

이웃사촌/ 월정 강대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먼빛에 누가 그림자만 얼씬해도사나운 개를 본 듯 힐긋힐긋 눈총 따가워다붓한 뒷산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오늘도, 얼굴도 몸매도 제각각인 나무들손잡고 기도로 사는 산마을에 든다내 또래 머리가 성근 갈참나무 하나간밤 뜬눈에 연달은 외풍 막아서다힘이 부치고 어질해 깜빡 발을 삐었단다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웃들 식겁해아니다고, 한 번 몸 누이면 기신 힘들다고머리를 고이고 어깨 붙들고 등을 내주고...친살붙이같이 지극정성 일상을 걸었다옳아, 산마을에서나 사람 사는 동네나선뜻 내 낮은 손 내밀어 손 맞잡으면세상은 모두 다 어깨를 겯는 이웃사촌말없는 나무마을,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초2-793/2020. 9. 7.

1. 오늘의 시 2024.08.07

다시 길을 찾다

다시 길을 찾다/월정 강대실 어느덧, 지는 해 서창 너머로 설핏한데 여기저기 솔깃한 눈맛 귀맛만 찾아 기웃대다 아까운 계절도 곁도 몽땅 놓쳐 버리고선뜻, 딱지 동무 찾은 친구뒷산 솔폭 밑에 숨어 내뺀 세월 뒤쫓다 목을 꺾고 울며 돌로 발등 찧어 봤는가! 불고추 씹어 삼키는 얼얼한 고통 맛보았다면줄밤 새워서라도 무릎을 맞대자꾸나세상사 모두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맞잡은 다짐 마음의 돌판에 아로새겨네발로 기고 물소의 뿔로 산과 바다를 넘어 다시금 뿌리 깊은 사과나무 심자 안락의 허기 일면 눈과 귀 틀어막고숨이 턱에 차올라 쓰러지면 오뚝이 되어굽이치는 강물 제아무리 시려도끝은 노을빛보다 더 따스운 마음이자.초2-792/2020. 8. 25

1. 오늘의 시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