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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공

소나무 십팔공十八公  / 월정 강대실  다붓한 언덕길 동자승같이 깜찍했던 너  바람에 옷고름 너푼대는 몇 해 전 늦가을 해거름넌지시 맞아들였지 스산한 마음의 뜨락에멈출 줄 모르는 시간 열차 올라타서는눈길 닿을 때마다 면모 몰라보게 수려한데다 불길 같은 열정 하늘 높은 줄 모르고세인들 깨무는 입술 새어 나오는 탄식까지도모래 속에서 찾은 금싸라기로 알고온전히 마음공부에만 정신을 쏟더군오늘은 고통을 삼키며 허욕의 긴 팔 잘라 내고 더벅머리며 겉치레 정갈히 다듬은 너십팔공十八公 별호를 준다먼 하늘 우렛소리에도 올곧게 뼈를 못 세우는비루한 이내 도반 되어 되알지게 두 손 붙잡고 길 중의 길 좇아 해맑은 거울로 서자꾸나. *십팔공十八公 : 소나무를 달리 이르는 말.                            ..

1. 오늘의 시 2024.08.19

하심

하심下心/월정 강대실  방울땀 까맣게 익어 가는 복분자 밭머리느티나무 푸르른 그늘 멍석에 누워바람도 흰 구름도 유정하자 손짓 보낸다그냥 스쳐지나가다, 막무가내길 가다 마음에 밟힐 성싶은 것 보면먼눈에라도 띌까 무섭게 얼른 들쳐 메야 한다곗술에 낯내는 내 비열을 나무라며칠갑의 강에 下心을 던지는 바람 한줄기내 일이 아니면 사돈의 팔촌을 보듯 한 생 더듬다  낯이 뜨거워 뒷등 바위 바라기한다이름 없는 골짜기 절로 피고 지는그늘골무꽃 그리움이나 부르련다어느덧 낯익은 이름과 얼굴 하얗게 지워지면달 넘어오는 노루목 등 굽은 노송 아래얼룩노루 사랑놀이 훔쳐 보이는나직한 흙집 지어 조용히 살리라. 초2-834

1. 오늘의 시 2024.08.19

못/ 월정 강대실  탕! 탕! 못 박았다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이들 가슴에 깨소금처럼 고소했다마음의 탕개를 풀어 눈에 뵈는 게 없고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할 때는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다세상을 막사는 개망나니짓,질매를 당한다 해도 버릇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다 녹슬고 못 쓴 지 오래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은 생 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그 많은 못대침 되어 내 야윈 앙가슴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초2-838                          2023. 9. 10.

1. 오늘의 시 2024.08.17

오십보백보다

오십보백보다/ 월정 강대실  틈이 보인다 싶으면물 본 기러기처럼 네 활개치는 몰골눈에 든 가시 같고 껄끄럽지만마음 다잡으며 재갈 물고 버티다 마침내는 빈집 마구 뚫린 창구멍 되어끝도 갓도 없이 띄워 보내는 오만 소리에도가니 쇳물같이 끓어오르는 밸을 삭히지 못해맞대고 사자후 토하고 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후련하다 말고한량없이 낯간지러워온종일 고개를 제대로 못 들고회한의 속앓이 앓는 나에게 ‘에-끼 이 ..., 오십보백보다!’아버지 귀를 찢는 날벼락 소리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낯바닥.초2-869

1. 오늘의 시 2024.08.16

잡풀을 뽑으며2

잡풀을 뽑으며2/월정 강대실                                                                    뜨락 햇볕 이따금 들러가는 마당귀기세 어울린 떨기나무 새에 낯선 얼굴 하나,몸피 또렷하고 훌쩍한 줄기에하르르 하늘 나르는 초록 무지개 나래채 여물리지 못한 열매 몇 낱 여운 애틋한 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하자지지직..., 왜 나이냐!들입다 원망스레 내지르는 절규 한 마디손끝 억척에 자존의 고갱이 버리고그만, 쏘옥 나신이 드러내는 애초아무 눈에도 안 띄는 땅 속 첫길을 내며얼마나 많은 일월을 손발이 부르트고온이 땀바가지 되어 가뿐 숨 몰아쉬었으면이리도 야무지게 목줄 대고 있을까오늘도, 감나무 밑에 두고 온 삿갓 미사리가언뜻언뜻 떠오르는 어스름 강변어디서 돌멩이라..

1. 오늘의 시 2024.08.15

내림

내림/ 월정 강대실  안 맵고 달짝지근해, 갖다 심어 봐! 읍내 종묘 상회 주인 여자안 매운 고추모라 권해 곧이듣고 심었다. 보리밥 얼음물에 꾹꾹 말아 생된장 듬뿍 찍어 게걸스레 먹었던 기억풋고추 올찬 거로 뚝뚝 한 주먹 딴다 확 콧속을 꿰뚫는 알알한 냄새눈은 그깟 것 하고 손은 어비해잡았다 놓았다, 씨와 씨모를 곰곰 생각한다 자고로 씨도둑은 못 한다는데남 탓을 사서는 절대로 못쓴다며, 아버지 자식들 밥상머리 교육을 단단히 하셨지 걸음질에서 묻어나는 냄새가 비위 상해왼고개 젓는 사람 아직껏 못 보고자꾸, 짬을 내 같이하자는 이도 있는데 오늘도, 들꽃 한 송이가 눈을 맞추려 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먼산 바위를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럽다.초2-849

1. 오늘의 시 2024.08.14

짝사랑-시詩

짝사랑/ 월정 강 대 실-시詩                                     심쿵했지요, 숫되고 세상 물정 몰라우연히 그대의 숨결 처음으로 마주하고천진한 마음의 손목 살갑게 잡아 준 순간 갈수록 갈한 영혼, 만나면 또 보고 싶고못 잊을 감미로움 솔솔 뭉클해지는 가슴내 안 꽃밭에 짝사랑 멍울었지요 적막한 사위 손 흔들어 준 얼굴 달 떠오르면초병 지리한 삼년 입노래로 동행하며입영의 첫 다짐 지켜 내는 의지 돋웠지요 세파 헤쳐 끊임없이 바람 쫓던 긴 여름산맥 같은 바윗덩이 길을 막아서도그윽한 체취 황우 끈질긴 힘의 샘터였지요    애달픈 짝사랑의 냉가슴 아직 인가요꿈길에도 품고 살아온 나이테가 몇인데향 없어 인지 내 詩는 벌 나비 찾지 않고 속절없이, 쑥대머리 뒤뚱뒤뚱 넘는 저문 강변동문 위..

1. 오늘의 시 202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