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詩] 느티나무 타불 / 임 영조 | |
번호 : 56406 글쓴이 : 仁山 |
조회 : 78 스크랩 : 0 날짜 : 2003.06.02 11:08 |
느티나무 타불 / 임 영조 곡우 지나 입하로 가는 동구 밖 오백 년을 넘겨 산 느티나무가 아직도 풍채 참 우람하시다 새로 펴는 양산처럼 綠綠하시다 이제 막 어디로 나설 참인지 하늘로 빗어 올린 푸른 머리칼 무쓰를 바른 듯 나붓나붓 윤나는 싱그러운 주책이 정정하시다 그런데 이런! 다시 보니 꺼뭇한 앙가슴이 동굴처럼 허하다 얼마나 오래 속태우며 살았는지 정말 마음 비운 노익장이다 배알까지 빼주고 지은 절 한 칸 스스로 空이 되는 적멸궁이다 적 늙은 느티나무는 아마 어느 날 느닷없이 날벼락 맞고 문득 깨쳤으리라 몸을 비웠으리라 중심을 잡기 위해 무게를 덜고 부질없는 노욕을 버렸으리라 속 비우고 여생을 지탱하는 힘 마지막 안간힘이 곧 나무아미타불 이승에서 이름을 완성하는 것이리 이제는 저승의 명부에도 빠졌을 저 늙은 느티나무는 이 다음 죽어서도 느티나무 陀佛이 되리. ============================================= 건강이 안 좋다더니, 그예 가셨군요. 이런 좋은 시를 남기고... 정말 좋은 시라고 여겨집니다. 오래된 나무를 통해 부처가 따로 없다는 걸 가르치고 있군요. 고 임영조 시인도 나무타불이 되어 열반하신 게 아닐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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