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말 바로 쓰기

묵은지는 오래 묵은 김치를 말하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네요

월정月靜 강대실 2007. 1. 9. 11:40
묵은지는 오래 묵은 김치를 말하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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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sjin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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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이 완료된 질문입니다. (2005-09-03 15:3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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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나 방송, 신문에서 "묵은지" 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살면서 "묵은지" 라는 말은 2005년 올해 들어와서 처음 접한 단어인것 같습니다.

 

문맥상 '묵은 김치' 또는 '오래된 김장김치' 라는 뜻은 알겠는데, 어원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나 엠파스, 기타 검색사이트와 국어사전에 찾아보아도 '묵은쌀' 은 있어도 "묵은지" 라는 단어는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면 묵은지는 신조어인가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있던 말(고어나 사어)인데 최근에 와서 다시 사용하게 된 말인가요?

아니면 지방 사투리가 매스컴을 통해 대중화된 것인가요?

 

"묵은지" 에 대한 어원과 기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re: 묵은지는 오래묵은 김치를 말하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네요.

hsgoo (2005-09-03 16:48 작성)1대1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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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의문점이 많이 들었었는데, 멋진 답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는 '지'를 다음과 같이 풀이해 놓았습니다.

 

지04
「명」『방』'김치01'의 방언(경북, 전라).

이에 의하면 '지'는 경북이나 전라도에서 쓰이는 '김치'의 방언입니다. 또한 전남 지방에서는 '김칫거리'를 '짓가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가 표준어에서 접미사처럼 쓰여 가지고 '김치'를 뜻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섞박지(배추와 무˙오이를 절여 넓적하게 썬 다음,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 싱건지(싱건김치 - 소금물에 삼삼하게 담근 무김치), 오이지(오이를 독이나 항아리에 담고, 끓여서 식힌 소금물을 부은 뒤에 익힌 반찬), 짠지(무를 통째로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김치. 김장 때 담가서 이듬해 봄부터 여름까지 먹는다), 무짠지(자르지 아니한 통무를 짜게 절여서 담근 김치. 김장 때 담가 이듬해 봄부터 먹는다), 젓국지(젓국을 냉수에 타서 국물을 부어 담근 김치. 주로 조기 젓국을 쓴다)' 들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뜻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우리 선조들은 ‘김치’를 아주 이른 상고(上古)시대부터 먹어 왔다고 합니다. 물론 초기의 모양새와 그 명칭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초기에는 무, 부추, 죽순 등과 같은 여러 남새(즉, 채소)를 그저 소금에 절인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디히’라 불렀습니다. 고추를 양념으로 하는 빨간 김치가 나타난 것은 고추가 국내에 들어온 16세기 후반 이후의 일입니다.
‘디히’는 김치에 대한 순수 우리말입니다. 옛 문헌에 보이는 ‘겨살디히('살'의 ㅅ은 반치음, ㅏ는 아래아 - 겨울김치)’나 ‘장앳디히(장아찌)’의 ‘디히’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디히’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디히’는 ‘디’를 거쳐 ‘지’로 이어집니다. ‘지’가 ‘디히’로부터 변한 어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를 한자 ‘漬(담그다)’로 보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우연히 우리말 ‘지’와 한자 ‘漬’가 음이 같고 또 의미까지 상통하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일 뿐입니다.

고유어 ‘지’를 대신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김치’입니다. 이 ‘김치’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온 말입니다. ‘침채(沈菜)’는 ‘절인 채소’ 또는 ‘채소를 절인 것’을 의미합니다. 초기의 김치는 그저 채소를 소금에 절인 음식이었기에 이러한 의미를 지니는 새로운 명칭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유어 ‘디히’에 이어 한자어 ‘침채(沈菜)’가 만들어진 것은, ‘디히’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잘 쓰이지 않게 되자 그것을 대신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현재 전라도 방언에서 '김치'의 뜻으로 쓰이며, 표준어에서 '김치'를 뜻하는 접미사처럼 쓰이는 '지'는 '디히'의 어형이 변형된 것입니다. 현재 '묵은지, 익은지' 등은 사전(<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묵은 지, 익은 지'처럼 구 구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인데, '지'라는 말은 방언으로 처리되어 있으므로 표준어는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묵은지는 신조어인가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있던 말(고어나 사어)인데 최근에 와서 다시 사용하게 된 말인가요? 아니면 지방 사투리가 매스컴을 통해 대중화된 것인가요?"라고 질문하신 질문자의 문의 내용 속에 모든 답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묵은지'를 한 단어로 본다면 이는 신조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있었던 '디히'라는 말이 변형되어 사용되는 것입니다. 또한 전라도 방언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