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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슴속에 가늘한 마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해 고요히 지는 제 머-ㄴ 산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 수심 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읜 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 우에 철석 갯물이 놓이듯 얼컥 이-는 홋근한 마음
아! 홋근한 내음 내키다마는 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나니 수심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
- 북으로
북으로 울고 간다 기러기
남방의 대숲 밑 뉘 휘여 날켰느뇨
앞서고 뒤섰다 어지럴 리 없으나
가냘픈 실오라기 네 목숨이 조매로아
잠자리가 설워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베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디 흐르다 못해 한 방울 애끈히 고이였소
꿈에 본 강물이라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거니노라니 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철 흘러가면서 아심찮이 그 꿈도 떠싣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자꾸 강물은 떠싣고 갔소
강선대 돌비늘 끝에 하잔한 인간 하나 그는 버-ㄹ써 불타오르는 호수에 뛰어내려서 제 몸 사뤘더라면 좋았을 인간
이제 몇 해뇨 그 황홀 만나도 이 몸 선뜻 못 내던지고 그 찬란 보고도 노래는 영영 못 부른 채
젖어드는 물결과 싸우다 넘기고 시달린 마음이라 더러 눈물 맺었네
강선대 돌비늘 끝에 벌써 불사뤘어야 좋았을 인간
-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번 바뀌었는데 내 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놓고 울들 못한다
- 그 밖에 더 아실 이 안 계실거나
그이의 젖은 옷깃 눈물이라고 빛나는 별 아래 애닯은 입김이 이슬로 맺히고 맺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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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색시 서럽다 그 얼굴 그 동자가
가을 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 핼슥하고 서느라워 어데로 떠갔으랴 그 색시 서럽다 옛날의 옛날의
- 창랑에 잠방거리는 섬들을 길러
그대는 탈도 없이 태연스럽다
마음을 휩쓸고 목숨 앗아간 간밤 풍랑도 가소롭구나
아침 날빛에 돛 높이 달고 청산아 봐란 듯 떠나가는 배
바람은 차고 물결은 치고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
- 언제부터
응 그래 저 수백리를 맥맥히 이어받고 이어가는 도란 물결소리 슬픈 魚族 거슬러 행렬하는 강 차라이 아쉬움에 내 후련한 연륜과 함께 맛보듯 구수한 이야기 잊고 어드맬 흘러갈 금호강
여기 해뜨는 아침이 있었다 계절풍과 더불어 꽃피는 봄이 있었다 교교히 달빛 어린 가을이 있었다.
이 나룻가에서 내가 몸을 따루며 살았다. 물소리를 듣고 잠들었다. 오랜 오늘 근이는 대학을 들고 수방우와 그리고 선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도시 믿어지지 않은,
이 나룻가 오릇한 위치에 내 홀로 서면, 지금은 어느 어머니가 된 눈맵시 아름다운 연인의 이름이, 아직도 입술에 맵돌아 사라지지 않고, 이 나룻가 물을 마시고 받은 내 청춘의 상처 아- 나의 병아
구비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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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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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한 낮의 소란소리 풍겼는디 금시 퇴락하는 양 묵은 벽지의 내음 그윽하고 저쯤 예사 걸려 있을 희멀끔한 달 한자락 펴진 구름도 못 말아놓은 바람이어니 묵근히 옮겨딛는 밤의 검은 발짓만 고되인 넋을 짓밟누나 아! 몇날을 더 몇날을 뛰어본 다리 날아본 다리 허잔한 풍경을 안고 고요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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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냐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 내 옛날 온 꿈이 모조리 실리어간
하늘가 닿는 데 기쁨이 사신가
고요히 사라지는 구름을 바래자 헛되나 마음가는 그곳뿐이라
눈물을 삼키며 기쁨을 찾노란다 허공은 저리도 한없이 푸르름을
엎디어 눈물로 땅 우에 새기자 하늘가 닿는 데 기쁨이 사신다
- 그대 내 홋진 노래를 들으실까
꽃은 까득 피고 벌떼 닝닝거리고
그대 내 그늘 없는 소리를 들으실까 안개 자욱히 푸른 골을 다 덮었네
그대 내 흥 안 이는 노래를 들으실까 봄물결은 왜 이는지 출렁거린디
내 소리는 꿰벗어 봄철이 실타리 호젓한 소리 가다가는 씁쓸한 소리
어슨 달밤 빨간 동백꽃 쥐어따서 마음씨 냥 꽁꽁 주물러버리네
- 눈물에 실려가면 산길로 칠십리
돌아보니 찬바람 무덤에 몰리네 서울이 천리로다 멀기도 하련만 문물에 실려가면 한걸음 한걸음
뱃장 우에 부은 발 쉬일까보다 달빛으로 눈물을 말리까보다 고요한 바다 우로 노래가 떠간다 설움도 부끄러워 노래가 노래가
눈물 속 빛나는 보람과 웃음 속 어둔 슬픔은 오직 가을 하늘에 떠도는 구름 다만 후젓하고 줄데없는 마음만 예나 이제나 외론 밤 바람슷긴 찬 별을 보았습니다
뉘 눈결에 쏘이었소 온통 수줍어진 저 하늘빛 담 안에 복숭아꽃이 붉고 밖에 봄은 벌써 재앙스럽소
꾀꼬리 단둘이 단둘이로다 빈 골짝도 부끄러워 혼란스런 노래로 흰구름 피어올리나 그 속에 든 꿈이 더 재앙스럽소
- 님 두시고 가는 길의 애끈한 마음이여
한숨쉬면 꺼질 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 이 밤은 캄캄한 어느 뉘 시골인가 이슬같이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깨치나니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이길래
내 숨결 가부엽게 실어보냈지 하늘가를 스치고 휘도는 바람 어이면 한숨만 몰아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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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개를 인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뜻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우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냘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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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어도 머지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자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어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려 오고 네 눈물은 수천세월을 끊임없이 흐려놓았다 여기는 먼 남쪽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후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길바다 밑 고기를 놀래고 하늘가 어린 별들 버르르 떨리겠고나 몇 해라 이 삼경에 빙빙 도-는 눈물을 슷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었노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진을 껶으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城 밑을 돌아다가는 죽음의 자랑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 마조 가고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낱 시들피느니 짙은 봄 옥 속 춘향이 아니 죽었을라디야 옛날 왕궁을 나신 나이 어린 임금이 산골에 홀히 우시다 너를 따라 가셨더라니 고금도 마주 보이는 남쪽 바닷가 한많은 귀양길 천리망아지 얼렁소리 쇤 듯 멈추고 선비 여윈 얼굴 푸른 물에 띄웠을 제 네 한된 울음 죽음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린 것을 이른 봄 수풀이 초록빛 들어 풀 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댓잎에 초생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 어둠을 너 몹시 안타까워 포실거리며 훗훗 목메었으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리 오! 불행의 넋이여 우진진 진달래 와직 지우는 이 삼경의 네 울음 희미한 줄산이 살풋 물러서고 조그만 시골이 흥청 깨어진다
향내 없다고 버리실라면 내 목숨 꺾지나 말으시오 외로운 들꽃은 들가에 시들어 철없는 그이의 발끝에 조을걸
가을날 땅거미 아름픗한 흐름 우를 고요히 실리우다 훤뜻 스러지는 것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이뇨 임으 사라진 천리 밖의 산울림 오랜 세월 시닷긴 으스름한 파스텔 애닯은 듯한 좀 서러운 듯한
오! 모두 못 돌아오는 먼― 지난날의 놓친 마음
떠날아가는 마음의 파름한 길을 꿈이런가 눈감고 헤아리려니 가슴에 선뜻 빛깔이 돌아 생각을 끊으며 눈물 고이며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 밑에 사로잡힌 넋 있어 언제나 머-ㄴ 하늘만 내어다보고 계심 같아
별이 총총한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속에 편히 누운 넋 있어 이 밤 그 눈 반짝이고 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
마당 앞 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
걷던 걸음 멈추고 서서도 얼컥 생각키는 것 죽음이로다 그 죽음이사 서른살 적에 벌써 다 잊어버리고 살아왔는디 왠 노릇인지 요즘 자꾸 그 죽음 바로 닥쳐온 듯만 싶어져 항용 주춤 서서 행길을 호기로이 行喪을 보랐고 있으니
내 가버린 뒤도 세월이야 그대로 흐르고 흘러가면 그뿐이오라 나를 안아 기르던 산천도 만년 하냥 그 모습 아름다워라 영영 가버린 날과 이 세상 아무 가겔 것 없으매 다시 찾고 부를 인들 있으랴 억만영겁이 아득할 뿐
산천이 아름다워도 노래가 고왔더라도 사랑과 예술이 쓰고 달금하여도 그저 허무한 노릇이어라 모든 산다는 것 다 허무하오라 짧은 그동안이 행복했던들 참다웠던들 무어 얼마나 다를라더냐 다 마찬가지 아니 남만 나을러냐? 다 허무하오라
그날 빛나던 두 눈 딱 감기어 명상한대도 눈물은 흐르고 허덕이다 숨 다 지면 가는 거지야 더구나 총칼 사이 헤매다 죽는 태어난 悲運의 겨레이어든 죽음이 무서웁다 새삼스레 뉘 비겁할소냐마는 비겁할소냐마는 죽는다 ---- 고만이라 ---- 이 허망한 생각 내 마음을 왜 꼭 붙잡고 놓질 않느냐
망각하자 ---- 해본다 지난날을 아니라 닥쳐오는 내 죽움을 아 ! 죽음도 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허나 어디 죽음이사 망각해질 수 있는 것이냐 길고 먼 世紀는 그 죽은 다 망각하였지만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생전에 이다지 외로운 사람 어이해 뫼 아래 碑돌 세우오 초조론 길손의 한숨이라도 헤어진 고총에 자주 떠오리 날마다 외롭다 가고 말 사람 그래도 뫼 아래 碑돌 세우리 「외롭건 내 곁에 쉬시다 가라」 恨되는 한마디 삭이실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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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쓸쓸한 맛뿐이구려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가을은 애닯다 속삭이느뇨
- 물 보면 흐르고
별 보면 또렷한 마음이 어이면 늙으뇨
흰날에 한숨만 끝없이 떠돌던 시절이 가엾고 멀어라
안쓰런 눈물에 안겨 흩은 잎 쌓인 곳에 빗방울 듣듯 느낌은 후줄근히 흘러흘러가건만
그 밤을 홀히 앉으면 무심코 야윈 볼도 만져보느니 시들고 못 피인 꽃 어서 떨어지거라
- 바람따라 가지오고 멀어지는 물소리
아주 바람같이 쉬는 적도 있었으면 흐름도 가득 찰랑 흐르다가 더러는 그림같이 머물렀다 흘러보지 밤도 산골 쓸쓸하이 이 한밤 쉬어가지 어느 뉘 꿈에 든 셈 소리 없든 못할소냐
새벽 잠결에 언뜻 들리어 내 무건 머리 선뜻 씻기우느니 황금소반에 구슬이 굴렀다 오 그립고 향미론 소리야 물아 거기 좀 멈췄으라 나는 그윽히 저 창공의 銀河萬年을 헤아려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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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이란 말 속에 보기 싫은 아픔 미움이란 말 속에 하잔한 뉘침 그러나 그 말씀 씹히고 씹힐 때 한 꺼풀 넘치어 흐르는 눈물...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튀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꺼꾸러져버릴 것을 오!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오고 獨木船 倭섬이사 갔다왔지 허나 그게 바다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는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닥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인 겨레로다 기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가별 머리엔 끄득 보배를 이고 오렴 별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바람에 나부끼는 갈잎 여울에 희롱하는 갈잎 알만 모를만 숨쉬고 눈물맺은 내 청춘의 어느날 서러운 손짓이여
밤사람 그립고야 말없이 걸어가는 밤사람 그립고야 보름넘은 달 그리메 마음아이 서어로아 오랜 밤을 나도 혼자 밤사람 그립고야
뵈지도 않는 입김의 가는 실마리 새파란 하늘끝에 오름과 같이 대숲의 숨은 마음 기어 찾으며 삶은 오로지 바늘끝같이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아서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터-요
떠받는 名鼓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그 밤 가득한 山정기는 기척없이 솟은 하얀 달빛에 모두 쓸리우고 한낮을 향미로우라 울리던 시냇물 소리마저 멀고 그윽하여 衆香의 맑은 돌에 맺은 금이슬 구을러 흐르듯 아담한 꿈 하나 여승의 호젓한 품을 애끊이 사라졌느니
천년 옛날 쫓기어간 신랑의 아들이냐 그 빛은 청초한 수미山 나리꽃 정녕 지름길 섯드른 흰옷 입은 고운 소년이 흡사 그 바다에서 이 바다로 고요히 떨어지는 별살같이 옆산 모롱이에 언뜻 나타나 앞골 시내로 사뿐 사라지심
승은 아까워 못 견디는 양 희미해지는 꿈만 뒤쫓았으나 끝없는지라 돌여 밝은 날의 남모를 귀한 보람을 품었을 뿐 토끼라 사슴만 뛰어보여도 반드시 기려지는 사나이 지났었느니
고운 輦의 거동이 있음직한 맑고 트인 날 해는 기우는제 승의 보람은 이루었느냐 가엾어라 미목청수한 젊은 선비 앞시냇물 모이는 새파란 소에 몸을 던지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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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누워 혼자 비노라 이대로 가진 못하느냐
비는 마음 그래도 거짓 있나 살잔 욕심 찾아도 보나 새삼스레 있을 리 없다 힘없고 느릿한 핏줄 하나
오! 그저 이슬같이 예사 고요히 지려무나 저기 은행잎은 떠날온다
- 빛깔 환히
동창에 떠오름을 기둘리신가 아흐레 어린 달이 부름도 없이 홀로 났네 月出東嶺! 팔도사람 다 맞이하소 기척없이 따르는 마음 그대나 홀히 싸안아주오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개풀 수줍어 고개 숙이네 한낮에 배란 놈이 저 가슴 만졌고나 뻘건 맨발로는 나도 자꾸 간지럽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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