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상 포 인 트
- 시계불알의 외연과 내포를 아시나요
시를 읽다보면 가끔 ‘앗차, 그렇구나’하고 일상의 사실들을 새롭게 깨닫는 발견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시를 읽는 참맛으로서 은근한 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게 마련입니다. 성찬경 시인의 시 「시계불알아」가 그 재미있는 한 예가 됩니다. 사실 일상생활에 있어 ‘불알’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삶과 생명의 핵심인 ‘불’과 ‘알’을 함께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신체의 부분이지요. 그렇지만 막상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좀 멋쩍고 겸연쩍은 느낌이 드는 그런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불알’에 ‘시계’를 붙여/시계불알아/시계불알아/하면/남들이 그냥저냥 들어줄 뿐만 아니라/끝도 없이 흔들리는 너의 몸짓에서/무슨 상징적인 여운을 느끼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시계불알’이 되면 누구나 큰 이물감이나 저항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르고 또 편히 들을 수 있어서 신기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시에서 쓰이는 언어, 즉 시어(poetic word)는 일상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지만 혼자 독립돼서 쓰이는 것이라기보다 함께 더불어 쓰이는 것입니다. 이른바 문맥적 의미(contextual meaning)로 사용되어 혼자 쓰일 때와는 달리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불알에게 “‘시계’란 말이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서로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하는 속 깊은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남녀ㆍ부부나 모자ㆍ부녀가, 그리고 스승ㆍ제자,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살며 삶의 길에 서로 힘이 돼주고 희망을 일깨워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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