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말 바로 쓰기

'-데'와 '-대'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1. 2. 10:05
 

'-데'와 '-대'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ㅔ󰡑 발음과 󰡐ㅐ󰡑 발음을 구별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 토박이 중에서도 󰡐ㅔ󰡑 발음과 󰡐ㅐ󰡑 발음을 똑똑히 구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ㅔ󰡑와 󰡐ㅐ󰡑가 단어의 첫음절이 아닐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발음상의 어려움 때문인지 요즘 들어 󰡐-데󰡑와 󰡐-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데󰡑와 󰡐-대󰡑의 의미와 용법을 분명히 인식하면 발음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둘을 훌륭히 구별할 수 있다.

(1) (어제 보니까) 혜정이가 참 예쁘데.

(2) (사람들이 그러는데) 혜정이가 참 예쁘대.

(1)은 󰡐-데󰡑가 쓰인 예이고 (2)는 󰡐-대󰡑가 쓰인 예인데 그 뜻이 무척 다르다. 󰡐-데󰡑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는 어미로서 󰡒…더라󰡓와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데 비해 󰡐-대󰡑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쓰인다. 따라서 󰡐-데󰡑가 쓰인 예에는 (1)에서 보듯이 󰡐어제 보니까󰡑처럼 화자의 경험임을 나타내는 말이 더 붙을 수 있고 󰡐-대󰡑가 쓰인 예에는 (2)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그러는데󰡑처럼 남의 말임을 나타내는 말이 더 붙을 수 있다.

󰡐-데󰡑는 아래 (3), (4)에서 보듯이 형용사, 동사 및 서술격조사의 어간이나 선어말어미 󰡐-시-󰡑, 󰡐-었-󰡑, 󰡐-겠-󰡑 뒤에 붙어 평서형, 감탄형이나 의문형 문장을 만든다. 󰡐-데󰡑는 기원적으로 선어말어미 󰡐-더-󰡑가 들어간 형태에서 발달하였는데, 이 점에서 󰡐-데󰡑의 앞에는 󰡐-더-󰡑의 앞에 올 수 있는 어간이나 어미가 다 올 수 있고 󰡐-데󰡑의 의미는 󰡒…더라󰡓, 󰡒…던가?󰡓와 비슷하다. 즉 (3ᄀ, ᄂ, ᄃ)의 󰡐-데󰡑는 󰡒…더라󰡓처럼 해석되고 (4)의 󰡐-데󰡑는 󰡒…던가?󰡓처럼 해석된다.

(3ᄀ) 어제 보니까 혜정이가 참 예쁘데. / 사진을 보니 옛날에는 참 예뻤겠데.

<형용사 뒤>

(3ᄂ) 그 아이가 밥을 잘 먹데. / 철수도 왔데. <동사 뒤>

(3ᄃ) 곁에서 보니 참 훌륭한 신랑감이데. <서술격조사 뒤>

(4) 신부가 그렇게 예쁘데? / 그 사람 키가 크데? / 밖에 누가 왔데? / 얼마나 되데? <의문형>

"󰡐-데󰡑는 화자가 과거의 직접 경험한 내용임을 표시"

󰡐-대󰡑는 󰡐-다(고) 해󰡑가 줄어서 된 말이다. 따라서 다음 (5)에서 보듯이 형용사나 서술격조사 뒤에서는 󰡐-대󰡑, 동사 뒤에서는 󰡐-ᄂ대, -는대󰡑가 쓰이며, 󰡐-다󰡑 앞에 올 수 있는 선어말어미는 모두 󰡐-대󰡑 앞에도 올 수 있다. (5ᄃ)은 서술격조사 뒤에서 󰡐-대󰡑가 󰡐-래󰡑로 바뀜을 보여 주는데, 이는 예전에 서술격조사 뒤에서 󰡐-다󰡑가 󰡐-라󰡑로 교체되던 역사적 사실이 현대국어에 화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5ᄀ) 사람들이 그러는데 진옥이가 예쁘대(예뻤대/예쁘겠대). <형용사 뒤>

(5ᄂ) 진옥이가 결혼한대. / 진옥이는 추리소설만 읽는대. <동사 뒤>

(5ᄃ) 진옥이가 학생회장이래(학생회장이었대). <서술격조사 뒤>

"󰡐-대󰡑는 남의 말을 전달함을 표시"


한편 우리말에는 위에서 언급한 󰡐-데󰡑와 구별되는 󰡐-ᄂ데󰡑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데󰡑는 화자가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나, 반말투로 남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스스로 감탄하는 뜻을 나타내는(그리하여 이때의 󰡐-ᄂ데󰡑는 그 끝을 약간 올려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다) 󰡐-ᄂ데󰡑는 눈 앞에 벌어진 사태를 보면서 이야기할 때도 쓰인다. 이러한 차이는 󰡐-데󰡑가 기원적으로 선어말어미 󰡐-더-󰡑와 연관되는 데 비해 󰡐-ᄂ데󰡑는 󰡐-더-󰡑와 무관한 형태인 데에 기인한다. (6ᄀ)은 앞말에 받침이 있을 때에는 󰡐-ᄂ데󰡑에 매개모음 󰡐-으-󰡑가 결합하여 󰡐-은데󰡑 형태로 나타남을 보여 주며, (6ᄅ)은 󰡐-ᄂ데󰡑 앞에 󰡐-시-󰡑, 󰡐-(었)느-󰡑, 󰡐-(겠)느-󰡑, 󰡐-(었)더-󰡑, 󰡐-(겠)더-󰡑와 같은 선어말어미가 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어미 󰡐-ᄂ데/-은데󰡑는 특이하게도 󰡐-었-󰡑이나 󰡐-겠-󰡑 뒤에는 바로 결합할 수 없는데, 이 점을 고려하여 국어사전에서는 󰡐-ᄂ데/-은데󰡑 외에 󰡐-느-󰡑, 󰡐-더-󰡑가 결합한 󰡐-는데󰡑, 󰡐-던데󰡑도 표제어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6ᄀ) 오늘 날씨 참 시원한데. / 그 옷 참 보기 좋은데. <형용사 뒤>

(6ᄂ)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 <동사 뒤>

(6ᄃ) 철수가 아니라 진옥이가 학생회장인데. <서술격조사 뒤>

(6ᄅ) 결혼식장에는 혜정이 신랑도 왔는데/왔던데/왔겠는데.

"󰡐-ᄂ데󰡑는 스스로 감탄하는 투. 넌지시 상대방의 의견을 묻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