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와 '-대'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ㅔ 발음과 ㅐ 발음을 구별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 토박이 중에서도 ㅔ 발음과 ㅐ 발음을 똑똑히 구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ㅔ와 ㅐ가 단어의 첫음절이 아닐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발음상의 어려움 때문인지 요즘 들어 -데와 -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데와 -대의 의미와 용법을 분명히 인식하면 발음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둘을 훌륭히 구별할 수 있다.
(1) (어제 보니까) 혜정이가 참 예쁘데.
(2) (사람들이 그러는데) 혜정이가 참 예쁘대.
(1)은 -데가 쓰인 예이고 (2)는 -대가 쓰인 예인데 그 뜻이 무척 다르다. -데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는 어미로서 …더라와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데 비해 -대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쓰인다. 따라서 -데가 쓰인 예에는 (1)에서 보듯이 어제 보니까처럼 화자의 경험임을 나타내는 말이 더 붙을 수 있고 -대가 쓰인 예에는 (2)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그러는데처럼 남의 말임을 나타내는 말이 더 붙을 수 있다.
-데는 아래 (3), (4)에서 보듯이 형용사, 동사 및 서술격조사의 어간이나 선어말어미 -시-, -었-, -겠- 뒤에 붙어 평서형, 감탄형이나 의문형 문장을 만든다. -데는 기원적으로 선어말어미 -더-가 들어간 형태에서 발달하였는데, 이 점에서 -데의 앞에는 -더-의 앞에 올 수 있는 어간이나 어미가 다 올 수 있고 -데의 의미는 …더라, …던가?와 비슷하다. 즉 (3ᄀ, ᄂ, ᄃ)의 -데는 …더라처럼 해석되고 (4)의 -데는 …던가?처럼 해석된다.
(3ᄀ) 어제 보니까 혜정이가 참 예쁘데. / 사진을 보니 옛날에는 참 예뻤겠데.
<형용사 뒤>
(3ᄂ) 그 아이가 밥을 잘 먹데. / 철수도 왔데. <동사 뒤>
(3ᄃ) 곁에서 보니 참 훌륭한 신랑감이데. <서술격조사 뒤>
(4) 신부가 그렇게 예쁘데? / 그 사람 키가 크데? / 밖에 누가 왔데? / 얼마나 되데? <의문형>
"-데는 화자가 과거의 직접 경험한 내용임을 표시"
-대는 -다(고) 해가 줄어서 된 말이다. 따라서 다음 (5)에서 보듯이 형용사나 서술격조사 뒤에서는 -대, 동사 뒤에서는 -ᄂ대, -는대가 쓰이며, -다 앞에 올 수 있는 선어말어미는 모두 -대 앞에도 올 수 있다. (5ᄃ)은 서술격조사 뒤에서 -대가 -래로 바뀜을 보여 주는데, 이는 예전에 서술격조사 뒤에서 -다가 -라로 교체되던 역사적 사실이 현대국어에 화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5ᄀ) 사람들이 그러는데 진옥이가 예쁘대(예뻤대/예쁘겠대). <형용사 뒤>
(5ᄂ) 진옥이가 결혼한대. / 진옥이는 추리소설만 읽는대. <동사 뒤>
(5ᄃ) 진옥이가 학생회장이래(학생회장이었대). <서술격조사 뒤>
"-대는 남의 말을 전달함을 표시"
한편 우리말에는 위에서 언급한 -데와 구별되는 -ᄂ데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데는 화자가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나, 반말투로 남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스스로 감탄하는 뜻을 나타내는(그리하여 이때의 -ᄂ데는 그 끝을 약간 올려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다) -ᄂ데는 눈 앞에 벌어진 사태를 보면서 이야기할 때도 쓰인다. 이러한 차이는 -데가 기원적으로 선어말어미 -더-와 연관되는 데 비해 -ᄂ데는 -더-와 무관한 형태인 데에 기인한다. (6ᄀ)은 앞말에 받침이 있을 때에는 -ᄂ데에 매개모음 -으-가 결합하여 -은데 형태로 나타남을 보여 주며, (6ᄅ)은 -ᄂ데 앞에 -시-, -(었)느-, -(겠)느-, -(었)더-, -(겠)더-와 같은 선어말어미가 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어미 -ᄂ데/-은데는 특이하게도 -었-이나 -겠- 뒤에는 바로 결합할 수 없는데, 이 점을 고려하여 국어사전에서는 -ᄂ데/-은데 외에 -느-, -더-가 결합한 -는데, -던데도 표제어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6ᄀ) 오늘 날씨 참 시원한데. / 그 옷 참 보기 좋은데. <형용사 뒤>
(6ᄂ)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 <동사 뒤>
(6ᄃ) 철수가 아니라 진옥이가 학생회장인데. <서술격조사 뒤>
(6ᄅ) 결혼식장에는 혜정이 신랑도 왔는데/왔던데/왔겠는데.
"-ᄂ데는 스스로 감탄하는 투. 넌지시 상대방의 의견을 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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