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추석-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31. 13:15
대추 물 들이는 햇볕에
 눈 맞추어
 두었던 눈썹.
 
 고향 떠나올 때
 가슴에 그리고 왔던 눈썹.
 
 열두 자루 비수 밑에
 숨기어져
 살던 눈썹.

 비수들 다 녹슬어
 시궁창에
 버리던 날,

 삼시 세끼 굶은 날에
 역력하던
 너의 눈썹.

 안심찮아
 먼 산 바위
 박아 넣어두었더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추석이라
 밝은 달아
 너 어느 골방에서
 한잠도 안 자고 앉았다가
 그 눈썹 꺼내들고
 기왓장 넘어 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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