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눈 오시는 날-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31. 11:10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 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이제는 눈이 오누나…….
 눈이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저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연인의 꿈은 또 한 번 비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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