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풀리는 한강가에서-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27. 15:20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러기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민들레나 쑥 이파리 같은 것들
 또 한 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

 황토 언덕
 꽃 상여
 떼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 번 더 바래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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