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꽃밭의 독백-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31. 10:22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 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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