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귀촉도-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27. 14:56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미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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