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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어렵다고만 생각해 오지 않았습니까? 시인을 보통 사람과는 다른 별종이라고 생각해 오지는 않았습니까? 시를 자꾸 접해 본다면 뜻밖에도 쉽구나, 재미가 있구나, 감동을 주는구나, 하고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시를 한 편, 두 편 습작해 보면 시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내지는 동경에서 벗어나 나도 시인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될 것입니다.”
무더운 날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이승하 교수를 만났다. 점잖은 인상에 시인다운 외모가 풍기는 첫인상. 평소 시인의 팬이었던 기자는 반가움에 책에 사인부터 받았다.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현실감, 친밀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써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해 15개월 동안 《문학사상》에 연재하던 원고를 엮어서 만든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딱딱한 분위기의 이론지침서보다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론서이다. 또한 신춘문예 시, 학생들의 습작시뿐만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시들을 인용하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홍보실에 입사한 이 교수는 과장승진시험과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시험 중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 시기에 이상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했다고 표현한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과 같이 시를 놓고 이야기할 때가 가장 좋다는 이 교수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모교에서 제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교수는 “졸업한 학생들이 작품을 투고하려고 하는데 봐달라고 연락했을 때, 등단 소식을 알릴 때, 또 각자 사회인으로서 자기 몫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항상 제자들에게 “문학을 전공했으니 책을 머리맡에 두고 문학과 함께 살아야 한다. 생활에 치인다고 책 읽기, 글 쓰기를 멈추지 말고 영혼을 가꾸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백일장이 있건 없건, 항상 작품을 쓰라고 하며 꼭 빨간 펜으로 틀린 부분은 하나하나 지적해 주셨다고.
어린 시절 집안 환경이 평화롭지 못해 한때는 방황도 많이 했다고 한다.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휴학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를 쓰는 열정만큼은 식을 줄 몰랐다고 한다.
대학시절 서정주(미당) 선생님과 구상 선생님께 직접 시에 대해 배웠다는 이 교수는 미당 선생님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대학4학년 가을 어느 날, 그 동안 쓴 시를 가지고 집으로 방문하라는 말을 듣고, 정성스럽게 쓴 60편을 갖다드렸더니 동그라미 두 개와 한 개, 가위 표시를 구분해 놓았다. 이유를 물으니, 동그라미 두 개는 신춘문예에 내 보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고 한 개는 그보다 부족한 작품, 가위 표시는 영 아닌 작품이라며 손수 표시해 주셨다.”
그렇게 꾸준히 시를 써오던 중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화가 뭉크와 함께〉가 당선되면서 시인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된다.
시는 짧은 몇 마디 말에 상징적, 은유적, 함축적, 다의적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요즘 시나리오 작가나 만화 스토리 텔러, 광고 카피라이터 등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는 모든 분야의 바탕이 된다. 시를 쓰면 문장 구사력이 높아지고 좋은 산문도 쓸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수험생으로서 입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배워서인지 시를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꾸 읽다보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는 말과 말 사이에 꽃이 피고, 샘물이 흐르고……. 말에 양념을 쳐서 맛을 내고 멋을 보여주며 때로는 절대적인 숭고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집에 초등학생이 있다면 동화책을 자주 선물했으면 좋겠다. 군대 간 아들이 있다면 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집을 한 권 보내주면 용기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책을 선물하는 것이 습관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오늘 가까운 서점에 가서 그동안 고마움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승하 교수와의 대담은 시가 얼마나 매력 있는 문학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시 쓰기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 것,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를 그려보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은 우리의 뇌리에 오래도록 박혀 있는 것처럼 좋은 시는 우리의 삶과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다.
ㅡ《교육저널》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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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일자 :
2005년09월 |
⊙ 작품장르 :
인터뷰 |
⊙ 글 번 호 :
198893 |
⊙ 조 회 수 :
9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