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서편에 달이 문 병 란서편에 달이 지려 하고 있다.하품하는 키 큰 미루나무가그 달과 눈을 맞추고 있다.지난밤 나는 꿈속에서누군가를 만났는데이 아침 문득서쪽에 사는 사람이 그리워진다.아쉬움이 남는 밤촛불 한 자루 다 태우지 못한 밤호박 잎 위에서 여름밤이 도르르 말린다.이 새벽 무슨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는 걸까.지는 달을 안고호수가 별들을 토해낸다.삼나무가 자꾸만 손을 흔든다.서편에 달이정다운 벗처럼 떠나고 있다.친구, 친구, 날 잊지 마셔요.어디선가 누가 작게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