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전라도 젓갈 문 병 란썩고 썩어도 썩지 않는 것썩고 썩어도 맛이 생기는 것그것이 전라도 젓갈의 맛이다전라도 갯땅의 깊은 맛이다괴고 괴어서 삭고 곰삭아서맛 중의 맛이 된 맛온갖 비린내 땀내 눈물내갖가지 맛 소금으로 절이고 절이어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맛소금기 짭조롬한 눈물의 맛장광에 햇살은 쏟아져 내리고미닥질 소금밭에 소금발은 서는데짠맛 쓴맛 매운맛 한데 어울려설움도 달디달게 익어가는 맛원한도 철철 넘치게 익어가는 맛어머니 눈물 같은 진한 맛이다할머니 한숨 같은 깊은 맛이다자갈밭에 뙤약볕은 지글지글 타오르고꾸꾸기 뻐꾸기 왼종일 수상히 울어예고눈물은 말라서 소금기 저린 뻘밭이 됐나한숨은 쉬어서 육자배기 뽑아올린 삐비꽃이 됐나썩고 썩어서 남은 맛 오호 남은 빛깔닳고 닳아서 타고 타서 남은 고춧가루오장에 아리히는 삶의 매운맛이다복사꽃 물든 누님의 손 끝에 스미는 눈물오호 전라도 여인의 애간장 다 녹은아랫목 고이고이 감춰놓은 사랑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