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전라도 젓갈

월정月靜 강대실 2006. 9. 27. 10:49
 
 


            전라도 젓갈

                                 문   병   란

썩고 썩어도 썩지 않는 것
썩고 썩어도 맛이 생기는 것
그것이 전라도 젓갈의 맛이다
전라도 갯땅의 깊은 맛이다

괴고 괴어서 삭고 곰삭아서
맛 중의 맛이 된 맛
온갖 비린내 땀내 눈물내
갖가지 맛 소금으로 절이고 절이어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맛
소금기 짭조롬한 눈물의 맛

장광에 햇살은 쏟아져 내리고
미닥질 소금밭에 소금발은 서는데
짠맛 쓴맛 매운맛 한데 어울려
설움도 달디달게 익어가는 맛
원한도 철철 넘치게 익어가는 맛
어머니 눈물 같은 진한 맛이다
할머니 한숨 같은 깊은 맛이다

자갈밭에 뙤약볕은 지글지글 타오르고
꾸꾸기 뻐꾸기 왼종일 수상히 울어예고
눈물은 말라서 소금기 저린 뻘밭이 됐나
한숨은 쉬어서 육자배기 뽑아올린 삐비꽃이 됐나

썩고 썩어서 남은 맛 오호 남은 빛깔
닳고 닳아서 타고 타서 남은 고춧가루
오장에 아리히는 삶의 매운맛이다
복사꽃 물든 누님의 손 끝에 스미는 눈물
오호 전라도 여인의 애간장 다 녹은
아랫목 고이고이 감춰놓은 사랑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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