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배롱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새가 날아와 앉을 때
가지는 둥치를 꼭 잡기 위해
잠깐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건 반갑다는 나무의 몸짓이다
온종일 서서 새를 기다리는 나무
떼 지어 날아올 새를 위해
날마다 잔가지를 늘려가는 나무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
그 관계가 좋아
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
뻗고 싶다
(김시탁 시인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에 실린 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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