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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5. 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8. 17:28

 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배롱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새가 날아와 앉을 때

가지는 둥치를 꼭 잡기 위해

잠깐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건 반갑다는 나무의 몸짓이다

온종일 서서 새를 기다리는 나무

떼 지어 날아올 새를 위해

날마다 잔가지를 늘려가는 나무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

그 관계가 좋아

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

뻗고 싶다

 

(김시탁 시인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에 실린 시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