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수(鳳凰愁)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들기도 둥주리를 마구 첬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르량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12.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조지훈 시 /7. 고사(古寺) 1 (0) | 2024.11.28 |
---|---|
9. 조지훈 시 /6. 파초우(芭蕉雨) (0) | 2024.11.28 |
9. 조지훈 시 //4. 승무(僧舞) (0) | 2024.11.28 |
9. 조지훈 시 /3. 산상(山上)의 노래 (0) | 2024.11.28 |
9. 조지훈 시 /2. 낙화 (0) | 2024.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