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출근 날/ 월정 강대실
귀때기가 새파랬던 시절
첫 출근의 북받친 감격 떠올리며
면접도 이력서도 하나 없이 쌍수로 맞는
새 터전으로 나선다
천하없어도 그 자리에 거꾸로 달려서라도
밥과 보람의 길 열라 포장해 주는
번질번질 다림질 된 와이셔츠
때때로 바꿔 매던 넥타이도 버리고
달랑 자유로움 하나 걸치고 간다
뒷주머니에 물병 하나
시집과 메모지와 볼펜 손에 챙겨 들고
느긋이 가재 뒷걸음으로 가도 좋고
버스가 시간을 빼먹어도 여유롭다
문은 사방 군데 열려 있고 산마을 벗들
일면식 없어도 모두 다 반갑다
허나, 꼭 지킬 건 놀빛에 젖으란다
솔잎 향 진동한 바람에 흠뻑 취하고
산자락 찾아 든 산그늘에 안겨
우화등선 하늘에 꼭 오르라 이른다.
초2-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