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월정 강대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먼빛에 누가 그림자만 얼씬해도
사나운 개를 본 듯 힐긋힐긋 눈총 따가워
다붓한 뒷산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오늘도, 얼굴도 몸매도 제각각인 나무들
손잡고 기도로 사는 산마을에 든다
내 또래 머리가 성근 갈참나무 하나
간밤 뜬눈에 연달은 외풍 막아서다
힘이 부치고 어질해 깜빡 발을 삐었단다
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웃들 식겁해
아니다고, 한 번 몸 누이면 기신 힘들다고
머리를 고이고 어깨 붙들고 등을 내주고...
친살붙이같이 지극정성 일상을 걸었다
옳아, 산마을에서나 사람 사는 동네나
선뜻 내 낮은 손 내밀어 손 맞잡으면
세상은 모두 다 어깨를 겯는 이웃사촌
말없는 나무마을,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초2-793/2020.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