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살구나무/ 월정 강대실
금살 좋아 하늘은 깊고
뱃속에 허기 가득해 공허한데
담 너머 빈터 혼자 흐드러진 살구꽃
앞산 자락 스쳐 온 바람에
펑펑 쏟아져 날리는 꽃잎
튀밥이 아니어서 아깝기만 한데
별들의 소망 받아먹고
어느새 보송보송한 열매 눈 맞추면
살구보다 큰 덩그런 허기
어스름에 친구랑 담 넘다 들키어
줄행랑 놓다 넘어지고 붙들려
벌을 서게 한 미운 살구나무.
초2-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