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저 봄/ 나태주
만지지 마세요
바라보기만 하세요
그저 봄입니다.
2.봄맞이꽃/나태주
봄이 와
다만 그저 봄이 와
파르르 떨고 있는
뽀오얀 봄맞이꽃
살아 있어 좋으냐?
그래, 나도 좋다.
3.봄/ 나태주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봄이 봄이니까
꽃이 피어나는 거다
까닭이 또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제가 풀이니까
새싹을 피우는 거다
다만 너는 어여쁜 생명
나도 아직은 살아 있는 목숨
둘이 마주 보면 더러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잎으로 자라기도 하는 것이다
4. 3월에 오는 눈/나태주
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5. 일으켜 세웠다/나태주
해마다 겨울 가고
봄이 오려면
나는 몸이 아프다
아픈 몸으로 꽃밭에 나가
꽃밭의 낙엽이며 겨울 동안
쌓인 찌꺼기들을 치우며
꽃들에게 속삭인다
이제 일어날 때야
그러면 꽃들이
천천히 싹을 내민다
올해도 그렇게 나는 꽃들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일으켜 세운 꽃들이 또
나를 일으켜 세웠음은 물론이다.
6. 지지 않는 꽃/나태주
하루나 이틀 꽃은
피었다 지지만
마음속 숨긴 꽃은
좀 더 오래간다
글이 된 꽃은
더 오래 지지 않는다
7. 꽃을 피우자/나태주
봄이 오니
화를 냈던 일
부끄러워진다
슬퍼했던 일
미안해진다
꽃이 피니
미워했던 일
뉘우쳐진다
짜증냈던 일
속상해진다
나도 분명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던 거다
봄이다 이제
너도 꽃을 피워라
7. 봄이 되면/ 나태주
봄 되면 산과 들과 골짜기는
꽃과 신록으로 호사를 하고
개구리 울음소리로
귓까지 호사를 하고
가진 것 별로없는 나도
봄 따라 호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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