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봄이 오면 저만치서/박노해
봄이 오면 저만치서
산이 나를
바라보네
분주하고 쫓기는 나에게
산 좀 바라보라고
산처럼 나를 좀 바라보라고
봄이 오면 저만치서
꽃이 나를
바라보네
꾸미느라 애쓰는 나에게
들꽃 좀 바라보라고
꽃처럼 나를 좀 바라보라고
2. 처음 본 것처럼/박노해
꽃 피는 길에서도
가슴에 꽃이 피지 않는 봄은
봄이 아니다
눈 내리는 겨울 숲에서도
뜨거운 가슴이라면
봄은 이미 와 있으리
그대여 우리 인연이라면
만 리 밖에 있어도
만나게 되고
우리 인연이 아니라면
지척에 있어도 만나지
못하리니
잘 가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우리 다음 생에서는 발길을 멈추고
처음 본 것처럼 반가우리니
3. 풀꽃이 길을 낸다 /박노해
눈 녹은 야산 길에서
작은 풀꽃을
따라가다 보니
길도 없는 처음 길에
발자국을 새기며
길을 냈구나
봄이 길을 낸다
풀꽃이 길을
낸다
자기 안에 풀꽃 하나
소리없이 꽃 피우는 사람아
누군가 따라 걷고픈 꽃길 하나
치열하게 내어가는 사람아
봄이
길을 낸다
삶이 길을 낸다
풀꽃 같은
사람들이
새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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