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

이동주 시 편

월정月靜 강대실 2018. 5. 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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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주 詩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뉘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 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혼야

 

  금슬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정화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 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의 장검을 찬 왕자.

 

  어느 새 늙어 버린 누님 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다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고녀.

  금슬은 구구 비둘기.



출처: http://oldconan.tistory.com/2788 [올드코난 (Old Conan) 세상사는 이야기]      



   새   댁



                          이  동  주

 

새댁은 고스란히 말을 잃었다

 


친정에 가서는 자랑이 꽃처럼 피다가도

돌아오면 입 봉하고 나붓이 절만 하는 호접胡蝶

 


눈물은 깨물어 옷고름에 접고

웃음일랑 살몃이 돌아서서 손등에 배앝는 것

 


큰 기침 뜰에 오르면

공수로 잘잘 치마를 끌어

 


문설주 반만 그림이 되며

세차게 사박스런 작은 아씨 앞에도

너그러움 늘 자모慈母였다

 


애정은 법으로 묶고

이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궁체로 얌전히 상장을 쓰는.......

 


머리가 무릇같이 단정하던 새댁

지금은 풀어진 은실을 이고 바늘귀 헛보시는 어머니

 


아들은 뜬구름인데도

바라고 바람은 태산이라

 


조용한 임종처럼

탓없이 기다리는 새댁

 

 

 

   이동주  시 인

1920년 해남에서 출생 혜화전문 불교과 2년 중퇴.

1950년 문예지에 서정주의 추천으로 시 「황혼」,「새댁」,「혼야」등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전북대학교,원광대학교, 서라벌예술대학 강사와 한국문인협회 간사,《월간문학》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시집으로는 「혼야」,「강강술래」,「산조」,「산조여록」등이 있고,

시선집 「이동주 시집」,수필집 「그 두려운 영원에서」,소설「빛에 쌓인 군무」가 있으며,

실명소설로 읽는 현대문학사」를 상재했다. 전남문화상, 한국문협상을 수상했으며 1979년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