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 월정 강대실
꽃을 바라본다
서덜밭 돌 틈새 오롯이 피어난
갸냘프고 애처로운 노오란 꽃
소릇이 스미는 서러움
꽃물보다 더 얼얼한 속가슴
뜨거워지는 눈시울
얼마나 그리움 사무쳤기에
이다지 황량한 길목에서
별빛 찬란히 반짝이는 게냐
열없는 위로의 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기 전, 아른이는
노을 속 스러진 수많은 얼굴들
네 아픔 반의반이라도 나누고파
살포시 안는다 너를
메마른 강 가슴속에.
민들레꽃2 / 월정 강 대 실
동문이 희번하게 밝아오면
그저, 들로 산으로 기어 나가
해종일 곱사등이 되는 일만이 부인,
방향 잃고 헤매다 우연히 만난 길등
큰 시누이, 솔깃한 귀엣말
졸래졸래 따라 물 건너온
하늘 맑고 긴긴 봄날
윗주막거리 신작로 옆 도짓밭 매다
호미 끝 마주친 하이얀 꽃,
돌팍 틈새에 새긴 망향의 세월
등 내밀던 바람 기다리다 지쳐
애처로이 그리움의 꽃대 피워 올린
얼굴 맞대고 바라보다
울컥,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
흐느적흐느적 어깨 들썩이던 꽃.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민들레꽃3/ 월정 강 대 실
바람결에 물어 왔나
물길 따라 찾아 왔나
타는 그리움 참지 못해
봄 볕 몇 낱 문안 들면
속도 모른 인간,
발길에 짓밟혔어라.
민들레꽃4/ 월정 강대실
발길 드문 데 찾아 제 발 스스로 묶고
갖은 고난과 역경 일상으로 여기며
감사와 염불로만 사는 앉은뱅이꽃.
새해 첫머리 꽃샘바람 고집스레 불어쳐도
천지 만물의 넘치는 새 소망 발원하며
봄의 길목에 샛노란 꽃등 보시하는
남의 꽃자리 넘어다보는 일 없이
날개는 접어 땅바닥에 납작 몸 낮추고
땅속 깊숙이 생명줄을 다지는 민초
땅기운 공덕으로 받아 연신 피어낸 별꽃
꽃대 높이 받쳐 올려 기도하다
이유 없는 밟힘도 업고로 믿고 합장하는
어느 결 여물인 호호백발 두상 위 씨알
바람의 날개 기다려 홀홀 떨쳐 보내고
일체 만물이 다 공덕임을 실천하는.
한생이 깨달음의 향기 농농한 법문
보면 볼수록 영락없는 보살
올봄도 광명 바라 묵언 수행 중이다.
초2-830/2023. 3. 29.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