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앓이/ 월정 강대실
양지쪽
빈 화분에
잡풀이 가득
지천명
시린 가슴에
그리움 한가득.
봄앓이2 / 월정 강대실
어디랄 것 없이
여기저기가 쑤시고 저려
노루잠 깨어 뒤척이는 밤
어디선가 송곳같이 파고드는
적막 깨는 소리,
귀를 재면
또-옥 똑 낙숫물 듣는 소리
창밖 여명의 유혹에
화-알-짝 나들문 열고 나오니
겹겹이 쌓인 침묵의 뜨락에
새악씨 볼에 피는 부끄럼처럼
춘색 머금은 석류나무
치렁치렁한 실가지 끝
송알송알 맺힌 빗방울.
봄앓이3 / 월정 강대실
오늘 밤도 이러히 지샐 것인가
울 위로 훌쩍 키를 높인 모과나무
만발한 꽃, 달이 환한 봄밤을
일기예보가 꽁꽁 발 묶는
남해안 외딴섬 등대 아래서
그리움의 모닥불 피우는데
옆에 누운 아내는 봄밤이 달고
꽃을 어루만지다 창문 스치고
파도 위에 눕는 하얀 달빛
뚝뚝 지는 서러운 꽃잎
저 달이 언제 차서 자지러지고
모과꽃 얼마나 더 봄을 게워내야
춘몽 같은 애틋한 그리움 보려나
문지방 넘어 오는 성난 파도소리
눈자위 버얼건 속으로, 어느새
희끄무레 걸어오는 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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