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타령/월정강대실
사통팔달 도심권 한복판 이층 양옥
혹자는 지나다 휙 돌아서서 멀거니 쳐다보는
아무래도, 아파트는 닭장 같이만 보여
내로라한 이 권에 선뜻 더 얹어 주고 차지한
20여 년을 마당 가득히 햇볕 넘실거려
옥작옥작 두 아들 눈 틔우고 짝 맞춰, 스스로
밥술 들게 한 보금자리에다 재산 목록 제 일 호
허위허위 은행 빚까지 다 털고 나니
백마 등에 올라탄 뿌듯함 같은 건 간 데 없고
희끗희끗한 쑥대머리에 찌든 궁기뿐
언제부턴가 중심권에 냉기 일고, 가족들
아파트 노래만 불러 선보이자고 내놓으니
분내 풀풀 풍기며 달려든 치맛바람
코끼리 다리 쳐다보듯 시르르 둘러보고는
막무가내 본전을 갈라 먹자 콧김 튕기고 가네
서울 아파트 자고 새면 억 억 억장 무너지고
잽싸게 막다른 집 팔고 신 개발지로 간 친구
만났다 하면 천 천 속에 불을 놓는데
정든 대궐집이 소형 아파트 전셋돈이 안되니
애고머니나, 애초에 이재에는 뜬소경 내 탓이리
그냥 가족 공원이나 만들어서 나 죽걸랑
한쪽 수목 밑에 분골 꼭꼭 묻어 달라 하고 싶지만
내 저지른 일 내 어깨로 감당함이 마땅할지니
거간꾼 말마따나 작자 있을 때 넘기자,
아무리 마음이 쓰겁고 아릴지라도
변방에 한 칸 오두막이라도 마련할 수 있으니.
초2-814
2006.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