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산밭2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3. 18:09



    
                                               

산밭2 / 月靜 강대실



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

호들갑 떨며 주인 행세 부리더구먼

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

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

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

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

꼭 삿갓 같은 사람이라며 

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땅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

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시르르 밭귀퉁이 눈 둘러보며  

마음 질질 끌고 도망치는 새 주인.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 잊을 사랑  (0) 2023.09.13
일출  (0) 2023.09.13
고향 무정  (0) 2023.09.13
사모곡  (0) 2023.09.13
반갑다, 친구들아! (용산초교 35회 동창회에 부쳐)  (1) 202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