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아랫마을 형님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7. 16:56

아랫마을 형님 

                       姜   大   實

노모 상 당했다네, 아랫마을 형님 

쓰러진 형수 얼기설기 얽은 생명줄 
십여 년을 앉을방이차에 앞세우고  
젖은 안살림에 하많은 농사일에
바깥일까지 도맡아 고생고생하며

노질로 안방을 독차지한 어머니
삼셋때 없이 지성으로 수발들더니
장마 속 큰비에 붉덩물 넘치든 날
아버님 계신 천상으로 보냈다네
 
동기간 많으나 먼 텃밭 찾아가고
무릎 아래 여러 자식 철 덜 들어
눈 앞 벗어나면 망각의 강 건너니
터지는 앙가슴 그 누가 알았으리 

앞산 같은 어머님 유명을 달리하여
하늘이 무너진들 애석함 씻으랴만
고개 숙인 조화 속 벙근 흰 국화
서글픈 향기 구슬비로 오가는 밤

날이 새면 영영 떠날 북망산 길
상여놀음 구슬픈 만가 먹밤에 깊어
얼마나 속울음을 토했었거나
짠하디짠한 예순 다섯 연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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