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4

선견지명

선견지명先見之明// 월정 강대실   우리 아버지 자식들이 예닐곱 살만 되면 목매기처럼 논밭에 끌고다녔어요 꼬막손에 연장을 들리어 땀의 소중함을 알게 했지요 학교에 다녀오면 소를 끌고 나가 풀을 뜯기고 절어 준 꼴망태에 빵빵히 꼴을 베어다가 쇠죽 끓이는 당번 이지요 다음으로 등짝에 지게 붙여 주셨어요 볏단 보릿단 망옷을 짊어지고 졸랑졸랑 따라다니곤 했지요 여름 방학 때면 앞 뒷산 올라 다니며 보리풀을 해 오고 겨울 방학 때는 동네 또래들이랑 어울려겨울에 땔 나무를 해다가 쟁이는 것이 하루의 일과 이지요 논밭일을 하든 대밭이나 산에 나가 산일을 하든 늘 가까이에 두셨지요 좀 야장스러울 정도로 꾸짖어 일머리를 깨우치게 했어요 일단 한번 몸에 익은 일은 쉽사리 안 잊히고 언젠가는 꼭 유용하게쓸 수 있을 거라는 ..

오늘의 시 2024.06.30

별난 장사꾼

별난 장사꾼/ 월정 강대실  윗동네에 건강보조제 홍보랍시고별난 장사꾼 무리 들어와 진 쳤다 이 동네 저 고샅 도리반대며, 밤이면혼밥 몇 술 억지로 챙겨 든 촌부들 실어다창고 같은 데다 늦도록 앉혀 놓고 갑갑증에 절여진 징한 세월염라국 문턱까지도 등에 업고 넘을 듯알랑스럽게 엄니 이모 누님 해대며 쓰자니 별로요 버리자니 마음에 걸리는선물공세에 마음의 귀가 끌리어연차, 묻어 둔 돈뭉치 내놓게 하더니 구입할 만 한 집은 다 된 성 싶었는지다음은 신발 죽초액 연고 쿠커… 장사에다음은 지붕 화장실 주방 거실… 공사에체험이라며 사방 천지로 싣고 다니니 이러다가 마침내는먼 데 자식보다 가까운 남이 더 낫다고들앉을 안방 비워라 할는지도 몰라.                                           ..

오늘의 시 2024.06.30

모기약

모기약/ 월정 강대실  철천지원수이냐걷거나 둘러앉았거나 잠을 잘 때도어느새 나만 만만히 보고 물어뜯는다  모기약 냄새가 역겨운 아내파리채만 휘휘 내두르다가는 만다안 보인다고, 모기는 무슨 모기냐고  주막에 나가 모기약을 들이켰다이웃 셋이서 늦도록 주거니 받거니 하고는모처럼 아침까지 푸욱 꽃잠을 잤다  놈들, 통째로 잡았다며 달려들어밤새껏 얼마나 뜯어먹었는지온몸 여기저기 분화구에 복사꽃 만발했다.                                                  2017. 6. 11.

오늘의 시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