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28

일장춘몽

일장춘몽一場春夢 / 월정 강대실  봄날, 무단히 마음 시려하자쏘옥 가슴속 파고드는 한 여자 있었지요아무리 내치려 해도 찰거머리 같은 동구 목로주점으로 슬렁슬렁 나가막걸리 한잔하기로 했지요요런조런 세간사 안주 삼아 권커니 잡거니 수도 없이 마시다곤드레만드레 대취하고 말았지요하늘을 너울너울 날 것 같이 손잡고 으쓱대며 답청 놀다, 그만돌부리에 걸려 철푸덕 넘어졌지요 둘 다그냥, 꼭 껴안고 세상모르고 잠잤지요 목이 말라 허공을 허덕이다불현듯, 정신이 버쩍 들어 눈을 떠니봄날의 긴긴 해는 벌거니 눈 흘기고 빨래를 개키든 아내가 빙시레 웃으며그만 일어나라 흔들어 깨웠지요. 초2-841

1. 오늘의 시 2024.10.05

홍단풍나무

홍단풍나무/ 월정 강대실  벌써야! 말 걸어 왔지요아니라 했지요 무심코지금 무슨 말이냐! 언성을 높이 대요정말로 아니라 했지요퉁명스레, 나이가 몇이냐 물어왔지요한참 꽃띠 이팔 이라고,바람에 물어 보라 쏘아붙였지요홍당무가 되어 뒷걸음질 치더니어인 일이냐, 겸연쩍어했지요나도 모른다 숙었지요하기는 사십령 고개 넘기도 전에상상봉에 서리 하얗더니바야흐로 가을이라고 탄식하더군요우겼지요 끝내 애초라고홍치마 보라고 다시, 오는 봄에 꼭. 초2-842

1. 오늘의 시 2024.10.05

해질녘 풍경

해질녘 풍경                                착한 사람들이 쑥잎처럼 모여 사는산마을 소년촌에 장맛비 숨 돌리자앞내 한가득한 붉덩물에 온갖 것들내 잡념이 듯 어지럽게 쓸려 간다산문 앞 메뽕나무 바람 받아 올려내려앉은 하늘이 움질움질 물러나고 한 가닥  한 가닥 옷 벗은 산자락 툭 터져 흐를 듯이 검푸름 탱탱하다  논다랑이에 풍년 꿈이 땅심을 받아  너불너불 입춤을 추어대는데 새까맣게 햇살이 익힌 복분자딸기 발밑에 문드러진 농심 냉가슴 앓는다산작로 건너 점방 앞에 선 막차 밤톨처럼 떨친 단장에 봇짐 진 노인장 팔느락팔느락 모깃불 속으로 사라지고산새들 안식 찾아드는 날갯짓.

1. 오늘의 시 2024.10.04

가을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가을                        월정 강대실  여보,저어기 보이소 ! 멍석 위에 한가득 널린버얼건 고추,새색시 적 당신의 갑사 치마.     여보 여보,저어기도 좀 보이소 ! 감낭 가지 덩그맣게 달린두웅실한 호박,큰애 가졌을 적 당신의 만삭.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가을

1. 오늘의 시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