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12

사랑의 두 얼굴

사랑의 두 얼굴/ 월정 강대실  이제 그만 동거 끝내자고거실 꽃분 남창 아래로 내놓으며, 문득생각을 해 본다 내 사랑의 두 얼굴. 아비 아들 범벅 금 그어 먹는 건 아니되두 아들 어느새 자라 앞산도 들쳐 멜 만하여책가방 내려놓게 되면 다음 날 부터는눈앞에 얼씬도 말라 이르곤 한. 성미 칼칼한 바람 기웃거린다 싶으면 유난히도 호들갑을 떨며 거실로 맞아들여삼동을 눈 맞추며 고운 꿈 키우다햇살의 은사로 꽃 피워 고운님 모셔라며진자리 마른자리 골라 돌보는.   선뜻이 파도 더 센 인해로 뛰쳐나가허위허위 나래치는 모습 안타깝기도 하지만머잖아 태산준령을 맨발로 넘어야 하기에   뒤를 받칠 건 맵고 쓰거운 훈계와지금껏 바쳐 온 붉은 정성을 다한 기도뿐어찌 못할 야누스 같은 내 사랑의 두 얼굴.초2-821

1. 오늘의 시 2024.10.17

1. 한강 시//15. 2월

15.  2월 나의 어머니, 쉰 두살, 윗입술이 잘 부르트시고, 반세기를 건너오시면서도 웃을 때면 음조나 표정이 소녀같은, 아니 소년같은 분.고즈넉한 저녁 딸과 마주앉아 마늘을 까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피리소리, 바람 찬 창으로 두리번거리던 딸은 소리의 주인공을 발견 못 한다. 이렇게 또 봄이 온다는 건가. 딸은 믿을 수가 없다. 구성진 가락은 다뉴브강의푸른 물결, 윤심덕이 부른 노래.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곳···  좋은 날은 다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엄마어머니 조용히 웃으신다너도 지금 좋을 적 아니냐이젠 저도 책임져야 될 나이가 된 걸요, 곧 졸업이에요어머니 일어나 가스렌지 불을 줄이신다느그 외할무니 하시던 말씀이 다 맞어야···비 피할라고 잠깐 굴에 들어갔다 나온 것맨이로 그렇게..

1. 한강 시//14.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4.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하루가 끝나면서랍에 저녁을 넣어 둔다저녁이 식기 전에나는 퇴근을 한다저녁은 서랍 안에서식어가고 있지만나는 퇴근을 한다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서랍에 넣어 둔 저녁은아직도 따뜻하다나는 퇴근을 한다저녁이 식기 전에퇴근을 하면서저녁을 꺼내어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하루의 끝에서퇴근을 하고서랍에 넣어 둔 저녁을 꺼내면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나는 퇴근을 한다퇴근을 하면서저녁을 꺼내어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하루의 끝에서

1. 한강 시//13. 효에게

13. 효에게(작가가 아들에게 쓴 편지)  바다가 나한테 오지 않았어.겁먹은 얼굴로아이가 말했다밀려오길래, 먼 데서부터밀려오길래우리 몸을 지나 계속차오르기만 한 줄 알았나보다바다가 너한테 오지 않았니하지만 다시 밀려들기 시작할 땐다시 끝없을 것처럼 느껴지겠지내 다리를 끌어안고 다시 뒤로 숨겠지마치 내가그 어떤 것,바다로부터조차 널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기침이 깊어먹은 것을 토해내며눈물을 흘리며엄마, 엄마를 부르던 것처럼마치 나에게그걸 멈춰줄 힘이 있는 듯이하지만 곧너도 알게 되겠지내가 할 수 있는 일은기억하는 일뿐이란 걸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시간과成長,집요하게 사라지고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색색의 알 같은 순간들을함께 품었던 시절의 은밀함을처음부터 모래로 지은이 몸에 새겨두는 일..

1. 한강 시//12. 조용한 날들

12. 조용한 날들아프다가담 밑에서하얀 돌을 보았다오래 때가 묻은손가락 두 마디만 한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좋겠다 너는,생명이 없어서아무리 들여다봐도마주 보는 눈이 없다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무엇에게도아프다가돌아오다가지워지는 길 위에쪼그려 앉았다가손을 뻗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