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마냥 허리 오그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너머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이제는 잠이나 들까.
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너머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으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여뀌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보 또랑물
이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매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슷이 비끼어 누워
나도 이제는 잠이나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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