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상골 당산할아범

월정月靜 강대실 2025. 7. 4. 16:49

 

 

 

상골 당산할아범/ 강대실 

 

앞 또랑 가 모처럼 뵌 당산할아범
발붙이고 정붙이고 쭈욱 눌러살았더니

얻는 것 많고 여기가 바로 피안이단다
발길이 아주 끊어졌다 했는데, 웬걸
눈앞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나타났다며, 
우리 아버지 자식들 거름이 되겠다고
눈물로 강보의 떡애기 안고 떠났단다
대대로 윗대 어르신들 유지는 물론
집안 내력까지를 환히 꿰셨다
세상은 갓 지난 어제가 옛날이 되고
바야흐로 모두 별세계의 꿈에 부풀지만
걸굳은 밭을 일군 자라야 이룬다 한다    
오래 두고 별러 온 조상님 찾아뵙고  
그늘 아래서 객창에 얼룩진 마음 씻으며
고향의 좋은 기운 많이 받았다고

가서는 매사에 아퀴를 잘 지어라 응원한다
늘 떠난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자나 깨나 마음을 상골에* 두어라 권한다.  

 

*상골: 필자의 고향 마을.
2-870/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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