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봉 일기8/ 월정 강대실
-대 빗자루 매다
기어가는 개미 새끼도 훤히 보이게
꼭두새벽 깨끗이 비질한 이웃집 대문 앞에
첫발 디딜 때처럼 겸연쩍은 마음,
오늘은 어느 고운님 아름다운 마음씨냐!
코가 아릿하면서 핑 도는 눈물
늘 자고 새면 온갖 것들 너더분한 둘레길
꼭 큰 빗자루가 필요하다 싶다
초등 때 아버지 꾸중 속에 배운 빗자루 숙제
케케묵은 손재주 곰곰이 불러낸다
시부적시부적 길 가 댓가지 골라 다듬어
버려진 플래카드 끈으로 죄어 맨다
아직도 솜씨가 고양이 쥐 어르듯 하다
하나는 단지 공공 근로 노인께 시집보내고
길 중간 중간에서 애걸하는 열 자루 빗자루
'내 손 한번 잡아 줘요,
그리고 흔들어 주세요 좌우로 십 분만’
흘리는 분홍빛 미소 지나는 발목 붙든다
내 마음도 함께 쓸어 환해진 지구 한 귀퉁이
산뜻한 마음에 행복이 충만한 새아침
세상은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오늘도 동산에 찬란히 해가 솟는다.
(초2-924/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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