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태왕봉 일기8-대 빗자루 매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5. 6. 24. 21:15

 

태왕봉 일기8/ 월정 강대실

-대 빗자루 매다

 

 

기어가는 개미 새끼도 훤히 보이게 

꼭두새벽 깨끗이 비질한 이웃집 대문 앞에

첫발 디딜 때처럼 겸연쩍은 마음,

오늘은 어느 고운님 아름다운 마음씨냐!

코가 아릿하면서 핑 도는 눈물

늘 자고 새면 온갖 것들 너더분한 둘레길

꼭 큰 빗자루가  필요하다 싶다

초등 때 아버지 꾸중 속에 배운 빗자루 숙제 

케케묵은 손재주 곰곰이 불러낸다

시부적시부적 길 가 댓가지 골라 다듬어

버려진 플래카드 끈으로 죄어 맨다

아직도 솜씨가 고양이 쥐 어르듯 하다

하나는 단지 공공 근로 노인께 시집보내고

길 중간 중간에서 애걸하는 열 자루 빗자루

'내 손 한번 잡아 줘요,

그리고 흔들어 주세요 좌우로 십 분만’

흘리는 분홍빛 미소 지나는 발목 붙든다

내 마음도 함께 쓸어 환해진 지구 한 귀퉁이

산뜻한 마음에 행복이 충만한 새아침

세상은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오늘도 동산에 찬란히 해가 솟는다.

(초2-924/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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