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3)좋은 시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0. 선운사에서 -최영미-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8. 17:36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위의 시에서 떨어진 꽃이 동백꽃이려나?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실린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