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머리통

월정月靜 강대실 2025. 1. 30. 10:04
(사진: 인터넷 이미지)

머리통 /월정 강대실                        

 
학교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저녁상이 물러나면 아랫방 아버지께로 불려가
가 갸 거 겨 ... 후 휴 흐 히
1 2 3  ... 99 100

누런 비료포대 종이에 두부칸 줄을 쳐
연필로 꾹꾹 눌러 쓰 주신
백 사십 자 반절본문과 100까지 숫자를 익히며
점차 눈과 입과 손이 외워 받쳤다
 
어느 날 한눈팔다 알았다
윗목 등잔불 아래 앉은 내 머리통 그림자가
아랫목 아버지 보다 훨씬 크디큰,
내 머리통이 지붕 위 큰 호박 만하다는 거를
 
남사스러워 선뜻 남 앞에 서기도
누구에게 여차저차 물어 볼 수도 없었다
학교에 가게 되면 형도 없어 새 동무들이
가분수라고 놀려댈 게 뻔할 뻔 자란 확신에
밤마다 공부보다 걱정이 앞장섰다

아버지 가끔씩 멍청하냔 꾸중은
내 머리통이 푸석한 물호박통이라는 말씀,
날마다 걱정만  더 키웠다.
초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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