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새벽에 들은 노래 3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진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한강, 「새벽에 들은 노래 3」,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2.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한강 시// 30. 피 흐르는 눈 2 (1) | 2024.10.20 |
---|---|
1. 한강 시/29. 피 흐르는 눈 (1) | 2024.10.20 |
1. 한강 시/27. 심장이라는 사물 (0) | 2024.10.20 |
1. 한강 시/26. 여름날은 간다 (0) | 2024.10.20 |
1. 한강 시/25. 서울의 겨울 12 (1) | 2024.10.20 |